현대차 그룹의 부실채무 탕감과 관련해 수십억원을 받고 로비를 벌인 혐의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13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김동훈씨에 건넨 41억은 ‘빙산의 일각’
정몽구 회장 중국 다녀온 뒤 사용처 추궁 예정
정몽구 회장 중국 다녀온 뒤 사용처 추궁 예정
현대차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몸집 불리기’ 로비용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비자금 사용처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13일 김동훈(58)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구속하며 “현대차 비자금 사용처의 한 부분이 조그맣게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옛 기아차의 계열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건넨 돈은 여러 비자금 사용처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현대차 계열사의 일부 채무는 담보가 충분해 채무조정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실제로 채무 탕감이 이뤄진 데 비춰, 김씨의 로비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위아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149억원의 채무 탕감을 받은 데 주목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위아의 1천억원의 자산담보부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팔고, 캠코는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캠코는 자산유동화증권까지 발행한 특수목적회사를 해체하고 이 채권을 산업은행에 되팔았다. 이후 산업은행은 부실채권을 빨리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795억원을 받고 이 채권을 ㈜신클레어 구조조정전문회사에 넘겼다.
결국 위아는 신클레어로부터 851억원에 이 채권을 인수해 결과적으로 149억원의 채무를 탕감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위아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복잡한 구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이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주금속공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위아와 아주금속공업의 부실채권 처리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은 “1997~98년 1425억원 규모의 위아 부실채권을 캠코에 매각했고, 이 가운데 868억원은 업체가 상환했으나 연체가 발생해 나머지 557억원을 다시 캠코로부터 환매했다”며 “이 환매채권을 2002년 ㈜신클레어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795억원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앞세워 캠코에서 싼값으로 옛 기아차 계열사들을 사게 한 뒤 이를 다시 인수하는 방법으로 수백억원의 채무를 털어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현대차 쪽에서 김씨에게 로비를 청탁한 이들이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이나 계열사인 위아의 재경 담당 임원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검찰은 이들이 독자적으로 비자금을 계열사 채무조정을 위한 로비용으로 건넸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정몽구(68) 회장 부자 등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이 직접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한 ‘단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검찰은 현대차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자금 담당 임원들을 조사하면서 정 회장의 지시 내용이 담긴 메모와 책상용 달력, 관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석진환 기자 rosebud@hani.co.kr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이 직접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한 ‘단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검찰은 현대차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자금 담당 임원들을 조사하면서 정 회장의 지시 내용이 담긴 메모와 책상용 달력, 관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석진환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