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서 ‘확실한 내용’ 확보 관측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갈수록 날을 벼리고 있다. 검찰은 3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전격 출국금지한 데 이어 4일 현대차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을 대거 압수수색하는 등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검찰의 이런 거침없는 모습은 일단 정몽구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의 검찰 움직임을 살펴보면 현대차에 대한 내사단계 때부터 예고된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현대·기아차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난 뒤 “김재록(46)씨와 관련한 비자금만 들여다보겠다”며 현대차 쪽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김씨의 로비 의혹과 무관하게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을 수사하겠다”며 ‘확전’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정몽구 회장이 전격 출국한 다음날에는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도 수사할 뜻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이 이처럼 신속하게 정 회장 일가를 겨냥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 ‘확실한 무엇’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검찰은 글로비스의 비밀금고에 쌓여 있던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 외에 정 회장 일가의 치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일가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물증이나 ‘후계구도’와 관련한 비밀자료 등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회장이 서둘러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검찰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내용의 압수물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물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큰 것’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정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검찰 주변에선 “재벌 총수가 형사처벌로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압수수색을 “2003년 에스케이그룹 이후 가장 성공한 압수수색”이라고 자평하는 검찰이 실제 어떤 수사 성적표를 내놓을지 검찰과 재계 모두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