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완납했다. 채권단과 합의했던 기존 자구안도 모두 이행한다고 확인했다. 총수 일가 사재 출연 등 추가 자구안은 9일 확정을 목표로 채권단과의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산 위기까지 치달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에 청신호가 떴다.
태영그룹은 8일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다”며 “이로써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채권단과의) 약속 이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이를 확인했다.
890억원 납입은 태영그룹이 지난해 1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이행한다는 의미다. 애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티와이홀딩스 몫 1133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몫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한다고 했으나 이 중 890억원은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썼다. 채권단은 이를 태영그룹이 지주사와 그 자회사인 에스비에스(SBS)를 지키려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해왔다.
890억원은 태영그룹 총수 일가와 티와이홀딩스 회삿돈으로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티와이홀딩스는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에스비에스 주식 일부를 담보로 주고 330억원(이자율 연 4.6%)을 빌렸다. 또 윤 대표가 경영하고 있는 계열사 블루원으로부터 1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태영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계획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고비는 넘겼다”며 “추가 자구안까지 협의가 마무리되면 채권단도 잘 협조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