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정부의 감세 조처로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 기존 대비 70%가량 급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시장의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인 주주 수는 모두 1만3368명(외국인·기관 및 중복 포함)이다. 전체 코스피·코스닥 주식 보유자의 0.02% 규모다.
현재 국내 상장 주식 양도소득은 매년 말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지분율이 일정 비율(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넘는 ‘세법상 대주주’에만 과세된다. 세율은 20·25%이다. 연말 대주주로 지정되고 이듬해 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이 생기면 차익의 4분의 1 남짓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양도세 과세 대상인 1만3368명의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약 227조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36.4%를 차지한다.
그러나 내년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은 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과세 기준을 기존 종목당 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리기로 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피·코스닥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50억원인 주주 수는 9207명으로, 기존 양도세 과세 대상인 전체 대주주의 68.9%를 차지한다. 이들은 내년부터 주식 매도로 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정부는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매년 말 세법상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 일시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까닭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세 명분으로 들며 지난 21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했다.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던 지난해 야당과의 합의를 깬데다, 올해 59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세수펑크(세수결손) 등 재정 고갈 우려도 고려되지 않았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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