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에 걸쳐 40여년간 사용하던 삼성 냉장고를 기증한 이숙희(오른쪽)씨와 삼성전자에서 냉장고 개발을 담당하는 서국정 기술컨설턴트. 삼성전자 제공
40여년 전 혼수로 장만해 3대째 사용해 온 냉장고가 삼성 박물관에 기증됐다.
24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보면, 이숙희씨는 가족과 함께 사용해온 1985년 제조한 삼성 ‘다목적 5S 냉장고’ 모델을 최근 삼성전자 전자산업사 박물관인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기증했다. 이 냉장고는 이씨의 부모가 세 평 짜리 단칸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혼수로 구매해 1986년부터 사용해온 제품이다. 기증자 이씨는 “부모님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큰 맘 먹고 구매하셨다고 한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외갓집 간식 냉장고로 통한다”고 말했다. 냉장고 문을 하루에 세 번씩만 열고 닫아도 그 횟수가 4만 번이 넘는다. 가전업계에선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의 평균 수명을 10년 안팎으로 본다. 이씨는 “한 영화 제작사에서 촬영 소품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 기증을 통해 가족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더 뜻 깊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냉장고는 당시로선 첨단 기능과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게 삼성전자 쪽 설명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과 식재료 신선도 유지를 위한 멀티 팬트리와 맞춤 보관실 등의 기능이 담겼다. 또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냉장실 전원만 꺼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능도 요즘 냉장고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에서 냉장고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서국정 기술컨설턴트는 “다목적 5S 냉장고는 최신 제품인 비스포크 개인 맞춤형 기능의 시초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에는 경주에 사는 홍연무·문희선 부부가 1979년 봄에 구입해 사용하던 벽걸이 에어컨(GA-100SP)을 회사 쪽에 기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모델은 에어컨 실외기와 바람이 나오는 본체를 분리한 국내 최초 벽걸이형 에어컨이었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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