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면서 부자들의 재테크 전략도 변화를 보였다. 예적금·채권 등 확정 수익형 상품에 투자한 부자는 늘어나고 토지 등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부자들은 줄었다.
케이비(KB)금융이 17일 발간한 ‘2023 한국 부자보고서’를 보면, 올해 예·적금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의 비중은 지난해(84.5%)보다 약 10%포인트 늘어난 94.3%다. 또 채권에 투자한 부자 비중도 한 해 동안 22.0%에서 26.8%로 뛰었다. 이외에도 실물 자산인 예술품에 투자한 부자 비중도 18.0%에서 24.8%로 크게 불어났다.
케이비금융은 매년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각각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를 ‘한국형 부자’로 간주하고 이들 중 4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부자들의 투자 패턴과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재테크 정보를 일반인과 금융인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반면 ‘주식’과 ‘거주외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 비중은 한 해 사이에 소폭 줄었다. 주식에 투자한 부자 비중은 77.3%에서 75.5%로, ‘거주외 부동산’도 56.3%에서 55.3%로 부자 비중이 감소했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상품에 투자한 부자 비중도 같은 기간 11.8→9.8%로, 토지·임야도 33.8→28.0%로 투자한 부자 비중이 감소했다.
이런 설문 결과는 올 한 해 동안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손실 위험이 적은 확정금리 상품이나 안전자산 투자가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보다 부자들의 손길이 더 많이 닿았음을 의미한다.
다만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이 단기(1년 이내)·중장기(3년)적으로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 ‘주식’(각각 47.8%·44.0%)을 가장 많이 꼽았기 때문이다. 상대적 후순위였던 ‘금·보석’(32.0%)이 중장기 유망 투자처로 꼽힌 점도 눈길을 끈다.
한편 케이비금융은 ‘한국형 부자’가 지난해 말 기준 45만6천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총인구의 0.89%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2747조원으로 한국 전체 가계 총금융자산의 59.0%를 차지한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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