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생산성을 빠르게 끌어올리지 못하면 2040년대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초저출산의 여파로 인구가 줄고 자본 투자도 주춤하면서 기술혁신 말고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시급히 찾아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조태형 경제연구원 부원장이 작성한 보고서 ‘한국 경제 80년 및 미래 성장 전략’을 17일 발간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보통 노동 투입과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TFP) 등 3가지 요인으로 분해된다. 총요소생산성은 말 그대로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술 진보나 경영 혁신 등이 이뤄지면 개선된다.
연구진은 과거 한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요인이 모두 쇠퇴하고 있다고 짚었다. 분석 결과 1970년대에 성장률을 5.9%포인트 끌어올렸던 자본 투입은 2010년대가 되자 1.7%포인트 기여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투입의 기여도도 같은 기간 2.3%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떨어졌다. 1980~2000년대에 2%포인트대였던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2010년대 0.6%포인트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최근에도 초저출산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본 투자는 통상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기 어려운 만큼, 노동과 자본은 앞으로도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총요소생산성이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2040년대부터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2030년대에는 0.6%, 2040년대에는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는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자본 투입 기여도의 30%라는 가정 아래 추산한 것으로, 2011~2022년 해당 수치가 실제로 27%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반대로 90%로 개선될 경우 한국 경제는 2030년대 0.9%, 2040년대 0.2%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해당 비중이 2000년대 80% 안팎이었다가 2010년 이후 60%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연구진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전환과 문화산업, 군수산업 등을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동력의 예시로 들었다. 기업의 창업과 퇴출이 좀 더 활성화되고 기후변화·에너지 문제나 공급망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아울러 노동·자본 투입의 둔화나 감소를 늦추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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