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2022년 내부거래 현황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재벌기업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상품·용역·자금·자산·상표권 등) 금액 및 비중이 2년 연속 증가했다. 10대 재벌 내부거래 금액은 1년 사이 40조5천억원이 불어났다. 삼성에스디에스(SDS) 등 시스템통합(SI) 업종의 내부거래 비중은 63.1%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 집단 내부거래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5월 지정된 공시대상기업 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82곳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총매출액 대비)은 33.4%(752조5천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 공개된 국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477조3천억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63.4%를 차지했다.
2년 연속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74곳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22년 12.3%로, 전년과 비교해 0.5%포인트 올랐고, 금액은 53조3천억원 증가한 270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국내계열사 내부거래 금액은 2021년 155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196조4천억원으로 불어나, 최근 5년 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에스케이(SK)가 21조원, 현대차가 10조원 정도 늘었다”며 “에스케이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계열사 간 매출이 늘었고,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수직 계열화된 계열사 부품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기업집단은 셀트리온이었다. 이 회사의 국내외 계열사 내부거래는 비중은 62.5%에 달했다. 한국타이어(62.4%), 삼성(58.3%), 에스케이(55.8%), 현대자동차(52.9%) 등이 뒤를 이었다. 내부거래액은 삼성 244조2천억원, 현대자동차 131조6천억원, 에스케이 125조원 등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도 여전했다. 20%가 넘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가진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8.6%에서 2022년 11.7%로 늘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경향이 더 확연해졌다는 얘기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한국표준산업 중분류·내부거래 규모 2조원 이상)은 삼성에스디에스(SDS)·엘지씨엔에스(LG CNS) 등이 포함된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으로, 그 비중이 63.1%에 이른다. 엘지유플러스 홈서비스·에스케이 홈앤서비스 등 통신설비 업체들을 포함한 ‘전문직별 공사업’과 에스원(삼성)·에스케이쉴더스 등 보안업을 포함한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55.0%, 50.6%였다. 이들 업종의 절반 이상 매출이 동일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 과장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크고 금액이 많다고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의 플러스 상관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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