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총 신용대출액 가운데 가계가 대부업체에서 빌린 금액의 비중이 4년 만에 상승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신용대출 규모를 줄인 탓에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대부업체 대출창구로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가계의 신용대출 가운데 대부업체 등 ‘기타 기관 등’ 비중은 7.9%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올랐다. 2019년(11.4%) 이후 4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기타 기관 등’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그리고 우체국·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제외한 기타 여신업체로, 대부업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권 내 마지막 창구다. 다른 급전 대출창구인 보험회사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0.8%에서 1.1%로 상승했다. 반면, 국내 총신용대출액 중에서 제1금융권인 은행 대출금 비중은 78.8%로 지난해(79.8%)보다 다소 줄었다. 은행 대출 비중은 2019년(75.3%) 이후 매년 오르다가 4년 만에 줄었다. 저축은행,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비중도 지난해보다 각각 0.2%포인트 하락한 3.8%, 8.4%를 기록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주의 신용대출 중 ‘기타 기관 등’ 대출 비중이 13.1%로, 다른 분위와 비교해 가장 높았다. 거꾸로 1분위의 은행 대출 비중(60.5%)은 다른 분위에 비해 가장 낮았다. 소득 5분위(상위 20%)의 ‘기타 기관 등’ 대출과 은행 대출 비중이 각각 6.4%, 81.1%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자금 조달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이 신용대출 규모를 줄였는데, 그 결과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으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엔 대부업마저 신용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있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제도금융권 바깥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요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고 이자 캐시백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고금리 여건에서 늘어난 대부업 이용자 쪽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용이 탄탄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들에게만 이자 환급 혜택이 적용되고, 정작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대부업 창구로 몰린 취약계층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