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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캔톤페어’ 참여 한국 기업이 바이어 사로잡은 비결

등록 2023-12-10 09:00수정 2023-12-10 09:21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세계는 지금
2023년 10월15일~11월4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134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는 참가기업만 2만8천여 개에 이르는 등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KOTRA 광저우무역관 제공
2023년 10월15일~11월4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134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는 참가기업만 2만8천여 개에 이르는 등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KOTRA 광저우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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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톤페어’(Canton Fair)란 별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중국 최대 전시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가 2023년 10월15일~11월4일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다. 중국에서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달린 게 한둘이 아니지만 캔톤페어는 정말 규모가 크다. 너무 커서 3기(期)로 나눠 3주간이나 운영한다. 1기는 전자제품·기계·공구 등, 2기는 소비재·장식품·건자재 등, 3기는 완구·유아용품·패션 등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1년에 4월과 10월, 두 번이나 열린다. 역사도 오래됐다. 1957년부터 매년 두 번, 134회를 마쳤다.

이번 전시회 규모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참가기업은 2만8천여 개, 연면적은 155만㎡로 축구장 210개 크기에 해당한다. 국외에서 온 바이어도 20만 명에 이르러 팬데믹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바이어들은 “여기 가면 다 소싱(Sourcing·대외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고, 부스 참가 기업은 “여기 가면 전세계 바이어를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하며 온다. 이런 생각과 기대에 전시회는 충실하게 답해왔고 이게 캔톤페어의 위력이 됐다. 코트라는 1기에 가전·공구 분야 28개사, 50개 부스로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다.

참가기업만 2만8천여 개

캔톤페어는 참가기업 처지에선 정말 힘든 ‘오디션’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 바이어들의 낙점을 받기 위해 수십, 수백 개 동종 품목 기업이 경연을 펼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이니만큼, 참가기업은 아무래도 중국 기업이 가장 많다. 중국 제품은 가격이 여전히 저렴하면서 품질은 더욱 좋아졌다. 우리 기업은 이제는 꽤 버거운 경쟁자가 돼버린 중국 기업과 한데 엉긴 가운데 바이어의 눈에 들어야 한다. 그것도 홈경기가 아닌 원정경기에서 말이다.

2023년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뒤 열린 춘계 캔톤페어(4월)는 ‘워밍업’ 또는 ‘눈치게임’ 양상으로 캔톤페어의 진면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추계 캔톤페어는 바이어들이나 참가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를 되찾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코로나19 3년 뒤 본모습을 다시 찾은 이 ‘전세계 소싱대회’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것을 넘어 ‘우리보다 더 잘하는 거 아닌가’ 싶기까지 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은 오디션을 어떻게 봤을까? 전선 한가운데서 격전을 펼친 우리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한다.

전선이나 목재 절단에 사용하는 작업용 가위와 톱 등을 만드는 한국 기업인데 정말 뜻밖의 성과를 보였다. 가격 측면에선 중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면서 품질은 상당히 앞서 있었다. 중국 바이어들도 모두 놀랐다. 비결은 경쟁기업들과 달리 사출과 특수도금 공정을 자체적으로 갖춰 외주비용을 절감했고 덕분에 출고가를 대폭 낮춘 것이었다. 국내시장에서도 이미 1위 기업이었다. 특수열처리로 마모를 최소화했고, 철사 절단 때 미끄러지지 않아 국내 모든 에어컨 설치 기사의 허리춤에 하나씩은 다 있다고 한다.

가격경쟁력도 중국에 우위

품질이 월등한데 가격은 중국산과 비슷하다보니 중국의 큰 기업이 찾아와 주문자상표부착(OEM)을 제안했다고 한다. 세 번이나 찾아왔다는데 ‘삼고초려’가 떠오른다. 여태 우리가 중국에 OEM을 의뢰하는 게 당연한 방식이었는데 ‘역OEM’인 셈이다. 세상이 변한 게 맞는다.

국내에서 유명한 스테인리스 주방기구 기업으로, 아마 집집마다 하나씩은 갖고 있을 ‘국민 스텐냄비’ 기업은 신제품 개발로 또 한발 앞서나가며 중국과 격차를 벌렸다. 이 기업은 춘계 교역회 때도 참가했는데, 당시 진공 블렌더(믹서기)를 출품했고 이번에는 가열식 가습기를 새로 선보였다. 춘계 때 선보인 진공 블렌더도 바이어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외 경쟁사 제품이 진공상태를 만드는 데 1분이 걸리지만 이 기업은 7초 만에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진공상태로 블렌딩을 하면 식감이 훨씬 좋다고 한다.

물을 끓여 증기를 내는 가열식 가습기는 미생물 번식 걱정이 없다. 따라서 세정제 사용에 따른 위험은 없지만 무게, 전기료, 증기 화상 위험 등의 우려로 시장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다. 이 기업은 이런 문제를 모두 극복한 가습기를 개발해 이번에 참가했다. ‘국민 스텐냄비’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이 대단할 따름이다.

일본 제품이 강세인 타이에서 선전하는 우리 기업도 있었다. 국내 전기밥솥 1위 기업으로, 이 기업은 쌀을 많이 먹는 타이에서 중국보다 더 버거운 상대인 ‘박힌 돌’ 일본 기업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샤프, 도시바 등의 밥솥이 그간 현지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였다. 하지만 우리 기업 특유의 적극적인 마케팅 결과, 현재는 주요 백화점 매대의 반은 일본 제품, 반은 이 제품이 올라가 있다. 쌀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에서, 중국산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등 자리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환경미화원이 쓰는 큰 빗자루나 제설작업용 넉가래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도 주목받았다. 사실 전세계에서 중국 제품을 쓰는데 우리가 이 제품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역시 품질로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134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품질과 신제품 개발, 원가절감 등으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OTRA 광저우무역관 제공
제134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품질과 신제품 개발, 원가절감 등으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OTRA 광저우무역관 제공

제품은 비슷해 보여도 빗자루 살의 탄력, 내구도, 쓸어 담는 기능의 차이가 꽤 커서 중국 제품보다 비싸도 기존 바이어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었다. 품질 격차는 원료, 공법, 제조기계 등에서 나온다고 한다. 특히 원료가 품질(내구성, 청소 효과)을 좌우하는데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한다.

또한 이 품목들은 아직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세계시장에서 중국산에 시달리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 내수시장이 커서 중국 기업들은 아직 내수에 주력한다. 주제품군이 저가의 싸리빗자루 종류이므로 아직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는 단계는 아니다. “중국도 언젠가는 이 분야에 진출할 것이고, 저가 공세가 시작되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기술을 개발해 한 걸음 더 앞서가는 수밖에 없다”고 이 한국 기업은 설명한다.

한글로 판매되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가스, 휴대용 가스레인지 1위 기업으로, 춘계 무역회 때도 참가한 기업이 눈길을 끌었다. 캔톤페어에는 수년째 참가하는 기업도 많다. 춘계 때 중국 최대 지상파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이 기업 부스로 직접 찾아와 인터뷰했고, 시청률이 가장 높은 뉴스에 소개됐다. 게다가 2023년 여름에는 한국 본사도 인터뷰했다. 이 회사의 중국 내수용 제품 브랜드 이름은 한글로 인쇄돼 유통된다. 인터뷰나 한글 브랜드명, 모두 드문 사례다.

이번 캔톤페어 때부터 외국 기업에 희소식이 하나 생겼다. 외국 기업도 품목별 구분 섹션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외국 기업은 품목 전문 섹션에 들어가지 못하고, 품목 카테고리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외국 기업 전용관 홀에만 있었다. 전시회는 종합품목으로 하면, 전문품목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추계 때부터는 공구관에 한국관을 하나 더 만들어 공구 전문 섹션에 부스를 꾸렸다. 참가기업의 만족도가 매우 컸다.

이 가운데 작업용 장갑을 제조하는 기업으로부터 현장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톱날과 칼날로부터 손을 보호해주는 기능성 안전장갑을 만드는 기업이다. 최대 수출시장은 미국으로, DIY(직접 제작) 시장이 큰 것도 이유지만 미국이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관련 규정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덕분이라 한다. 가장 오래전에 안전장갑 사용이 법제화됐다. 그래서 가장 큰 수요처는 공장과 작업장이고 일부 DIY 개인 수요로 슈퍼마켓 벤더, 온라인 플랫폼(아마존 등)으로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기존 거래처와 감격적인 재회도 즐겼다고 한다. 프랑스 거래처는 “지난 30년간 캔톤페어에 매년 왔는데, 코로나19 3년간 못 와서 힘들었다. 다시 와서 너무 좋다”고 했다. 다른 유럽이나 일본 바이어들도 2024년 캔톤페어에는 자국 바이어가 더 많이 올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중국 기업과 스타일 많이 달라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버겁지 않냐는 질문에 이 한국 기업은 “당연히 버겁다. 그런데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 어느 정도 그 덕을 보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만큼은 “아등바등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한다. 중국 경쟁사들은 거래를 지속하다가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래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기업은 어떻게든 협상해 협력을 지속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는 ‘갑’의 처지에서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공급관리’의 한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국외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의 제품이 가격은 비싸지만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경쟁력 있다고 여겨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전세계 ‘소싱 오디션’의 현장 캔톤페어에서 한국 기업은 이처럼 최선을 다해 경연을 펼치고 있다.

김주철 KOTRA 광저우무역관 관장 freestyle@kotra.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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