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득 하위 20% 가구의 빚 규모가 1년 전보다 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부채 증가다. 앞으로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고금리 위험에 노출된 은퇴 고령층과 저소득 청년 가구가 적지 않은 셈이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86만원으로 1년 전에 견줘 0.2%(17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부채 증가폭은 2012년 관련 통계 조사 이래 최저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집값이 떨어지며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집 사기보다 전월세로 가는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 계층별 사정은 확연히 달랐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올해 3월 말 기준 평균 부채는 2004만원으로 전년 대비 22.7%(371만원) 불어났다. 2013년(26.0%)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40%(2분위), 하위 40~60%(3분위) 가구 부채가 각각 3.7%, 3.0% 감소하고, 고소득층(4·5분위) 부채는 제자리걸음(0.3~0.4% 증가) 했다.
통계청은 “가구주 나이가 60살 이상인 고령층 가구가 노후 소득을 위해 내 집 이외 부동산에 투자하며 담보 대출이 늘고, 39살 이하 1인 가구의 생활비 마련 목적 단기 대출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막차를 탄 은퇴 고령층과 벌이가 적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금융권 빚 상환 부담이 훌쩍 커졌다는 얘기다. 소득 1분위 가구는 주로 고령 가구나 1인 가구가 분포한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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