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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 선박 대형화 다음은 ‘항만 자동화’…안전 확보·일자리는?

등록 2023-12-04 11:17수정 2023-12-05 02:13

국내 첫 자동화 ‘부산 서컨테이너부두’ 가보니
원격조종 크레인·무인 트럭이 컨테이너 옮겨
자동화 항만, 기존 항만 대비해 인력 23% 줄어
“자동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마련해야”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한 독일 해운사 소속 컨테이너선 ‘레버쿠젠 익스프레스’가 하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기자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한 독일 해운사 소속 컨테이너선 ‘레버쿠젠 익스프레스’가 하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기자

컨테이너 규격화는 세계화를 가속한 혁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제품들을 배에 싣는 것과 비교해 동일한 규격의 박스를 옮길 때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컨테이너 운반선은 대형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8천TEU급 컨테이너선이 ‘대형급’으로 분류됐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의미한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1만TEU급 선박 발주가 시작됐으며, 오늘날에는 길이가 400m가 넘는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대양을 횡단한다.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한 독일 해운사 소속 컨테이너선 ‘레버쿠젠 익스프레스’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안벽크레인이 옮겨 트럭에 싣고 있다. 안벽크레인과 트럭은 모두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 안태호 기자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한 독일 해운사 소속 컨테이너선 ‘레버쿠젠 익스프레스’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안벽크레인이 옮겨 트럭에 싣고 있다. 안벽크레인과 트럭은 모두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 안태호 기자

그렇다면 향후 3만TEU, 4만TEU급 선박이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아주 먼 미래일 것으로 본다. 선박이 대형화될수록 선박 제어 및 관리가 까다롭고, 그만한 크기의 배를 받아줄 만한 인프라를 갖춘 항만이 많지 않아서다.

지난 1일 방문한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한창 하역작업을 진행하던 독일 해운사 소속 컨테이너선 ‘레버쿠젠 익스프레스’는 1만4천TEU급이다. 한꺼번에 20피트 컨테이너 1만4천개를 실을 수 있다. 배 길이는 366m에 이른다.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내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트럭의 모습. 안태호 기자
1일 부산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내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트럭의 모습. 안태호 기자

거대한 선박 위로 길게 팔을 뻗은 안벽크레인(Quay Crane)이 컨테이너를 집어 올려 부두 안쪽으로 이동시킨 뒤 트럭 위에 천천히 내려놓는다. 트럭은 부두 곳곳을 분주히 누비며 컨테이너를 옮겼다.

이 터미널에서 약 1㎞ 떨어진 서컨테이너 부두(2-5단계)는 크레인에도, 트럭에도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다. 동원그룹이 내년 3월 운영을 시작하는 이 터미널은 국내 최초 100% 무인·자동화 항만이다. 네덜란드·미국·독일·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다. 그간 선박의 초대형화가 운송 효율성을 높여왔다면 다음은 항만 자동화인 셈이다.

내년 3월 운영을 시작하는 부산 신한 서컨테이너 부두(2-5단계)의 모습. 안벽크레인(왼쪽)과 자동이송장비(오른쪽)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다. 공동취재단
내년 3월 운영을 시작하는 부산 신한 서컨테이너 부두(2-5단계)의 모습. 안벽크레인(왼쪽)과 자동이송장비(오른쪽)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다. 공동취재단

박정재 동원글로벌터미널 신항 기획팀장은 “24시간 운영되는 항만 특성상 크레인은 3교대 근무를 선다”며 “유인 크레인은 16명 정도가 함께 근무하는데 원격 조종은 12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인 크레인 작업자는 2시간 작업하면 1시간 휴식한다.

트럭에도 사람은 없다. 무인 트럭의 공식 명칭은 ‘자동이송장비’(AGV, Automated Guided Vehicle)다. 바닥에 깔린 신호선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움직인다. 460㎾h 용량의 배터리(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84㎾h)가 탑재돼, 1회 충전에 약 8시간을 운영할 수 있다. 박 팀장은 “무인 운영을 통해 안전이 확보되고 AGV가 전기로 운영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자동이송장비’(AGV)의 모습. 길이 16m, 폭 3.2m, 높이 2.3m로, 460㎾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있다. 안태호 기자
컨테이너를 실은 ‘자동이송장비’(AGV)의 모습. 길이 16m, 폭 3.2m, 높이 2.3m로, 460㎾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있다. 안태호 기자

동원그룹은 내년 3월 기존 부산항 북항 신감만부두 운영을 마무리하고 부산 신항 자동화 항만 운영을 시작한다. 북항에서 크레인과 트럭에 탑승하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까. 임호선 부산항만공사 물류정책실 부장은 “자동화 항만 운영사를 선정할 때 조건이 100% 고용승계였다. 현재 동원터미널 노사가 전원 고용승계를 전제로 업무 재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재 동원글로벌터미널 신항 기획팀장이 안벽크레인 원격 운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박정재 동원글로벌터미널 신항 기획팀장이 안벽크레인 원격 운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그러나 신규 자동화 항만이 추가로 들어설 경우 일자리 감소를 피하긴 어렵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2020년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자동화 항만은 기존 항만과 비교해 약 23%의 인력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기존 인력의 고용안정과 신규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자동화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 추진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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