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내년 한국 수출이 올해보다 7.9% 늘어난 680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 저장장치인 에스에스디(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반도체 등 아이티(IT) 관련 제품이 전체 수출 성장세를 주도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내놓은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를 보면, 내년도 한국 수출은 올해보다 7.9% 증가한 6800억달러, 수입은 3.3% 늘어난 66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수지는 140억달러 흑자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에이아이(AI·인공지능) 산업 성장 등에 따른 글로벌 아이티 수요 회복으로 에스에스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제품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단가 회복과 수급 개선, 차세대 반도체 공급 역량 확대 등으로 올해보다 수출이 21.9% 늘어날 것이란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피시(PC), 노트북 등 아이티 기기 수요 회복과 단가 상승 등으로 에스에스디 수출 증가율은 45.6%로 제시됐다. 자동차 수출은 반도체 공급난이 다소 해소된 만큼 전기차 수출 비중이 늘면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내년에도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 아래, 석유화학(5.6%), 석유제품(0.4%) 등 수출이 증가하고, 철강(7.8%)과 일반기계(2.3%)도 전세계 수요 회복에 힘입어 수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 달 남은 올해 수출 예상치를 놓고서는 전년 대비 7.8% 줄어든 6300억달러, 수입은 11.8% 감소한 6450억달러, 무역수지는 1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조상현 연구원장은 전날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한국 무역 환경을 두고 “‘비 온 뒤 갬’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반도체 등 아이티 제품이 전체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규제에 발목이 잡힌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 성장 엔진이 식은 느낌이 든다”며 “정부는 기업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기업들도 신흥 시장에 더욱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의 내년도 수출 전망치(7.9% 상승)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전망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연간 국내 수출(통관 기준)이 올해보다 5.6% 늘어난 6671억달러, 수입은 0.7% 감소한 6406억달러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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