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불법사금융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는 사채업자 89명,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 등 총 108명이다. 연합뉴스
국세청은 사채·추심업자 등 불법 사금융 탈세 혐의자 및 체납자 163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와 자금 출처 조사, 재산 추적 조사 등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 현장 간담회의 후속 조처다.
탈세 혐의가 있는 세무 조사 대상은 사채업자 89명,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 등 108명이다. 불법 사채업자 ㄱ씨는 20·30대 지역 선·후배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가명·대포폰·대포차 등을 이용해 사채 사업을 벌였다. 이들은 인터넷 대부 중개 플랫폼에서 취업 준비생·주부 등에게 소액 단기 대출을 해주고 대출금 20만원을 일주일 뒤 128만원으로 상환받는 등 수천∼수만%의 초고금리 이자를 챙겼다. 그러나 이자를 대포 통장 등 차명 계좌로 받고 특정 장소에 현금 상자를 두면 중간책이 가져가는 박스 던지기 수법을 쓰며 소득 신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불법 대부업 전과가 있는 ㄴ씨도 같은 수법으로 사채 이자 소득을 숨기고 음식점으로 위장한 배우자 명의의 불법 도박장까지 차려 검은 돈을 굴렸다. ㄱ씨와 ㄴ씨 모두 돈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를 협박하는 등 불법 추심도 했다. 지역연합회 전 회장을 지낸 ㄷ씨는 미등록 대부업을 하며 서류상 운수업체에 가짜 매출과 비용을 반영하는 수법으로 사채업 소득을 세탁하기도 했다.
또 ㄹ씨는 온라인 대부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며 모은 회원 수십만명의 개인 정보를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팔고 판매 수익을 신고하지 않았다. ㅁ대부·추심업체는 불법 추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위장 법인을 세우고 사주 일가 소유의 해외 법인에 높은 이자를 지급하며 사업 소득을 외국으로 빼돌렸다.
국세청은 자녀 편법·우회 증여 혐의 등이 있는 불법 사금융업자 31명의 자금 출처 조사와 최근 5년간 세무조사에서 사금융을 통한 탈세가 적발돼 세금을 추징 받고도 납부하지 않은 체납자 24명의 재산 추적 조사에도 함께 착수했다. 차명 계좌 이용, 거짓 장부 작성 등 고의적 조세 포탈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자를 폭넓게 선정하고 조사 대상 과세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확대해 탈루 세금을 철저히 추징하겠다”며 “무능력자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명의를 위장하거나 다수의 대포 통장으로 이자를 수취하는 숨어있는 전주를 적극 제보해달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