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의 신임 산업지원본부장(상임이사)으로 보직임명된 김남성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감사가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정상 출근을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조합은 부동산원 직원들에 대한 폄하 발언 등에 대해 김 본부장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출근 저지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7일 한국부동산원과 노동조합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원 노조와 상급단체인 금융노련 관계자 등 30여명은 이날 오전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동 한국부동산원 앞에서 김 본부장의 출근을 막았다. 김 본부장은 지난 24일 임기 2년의 신임 산업지원본부장으로 임명돼 이날 첫 출근하는 길이었다.
노조는 앞서 상임이사 공모 과정에서 김 이사가 다른 2명과 함께 최종후보에 포함됐을 때부터 성명 등을 내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조는 김 이사의 과거 부동산원 직원에 대한 폄하 발언, 업무상 횡령 전력 등을 문제삼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부회장을 지낸 김 본부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원 직원 1천명 중 감정평가사가 200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무자격자이기 때문에 공시업무를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해당 업무는 감정평가사에 넘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본부장은 감정평가사사무소협의회에 있을 때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 유예된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홍석 부동산원 노조 위원장은 “저도 감정평가사이고 이 회사에 20년간 근무했지만, 부동산원과 그 구성원을 폄하했던 이런 분이 어떻게 그 조직의 임원을 할 수 있느냐”면서 “아직까지 본인 발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표명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외부 인사라고 다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분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라며 “조합원 97%가 임명 반대 서명에 참여한 만큼 출근 저지 등의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동산원은 지난 6월 상임이사 공모에 들어간 뒤 상임이사 자문위원회의서류 심사 등을 거쳐 8월 김 본부장을 최종 후보군(2인)에 선정했다. 이후 김 본부장이 낙하산으로 온다는 소문을 접한 노조의 반발로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가 두 달 이상 열리지 못했으나 최근 회사 밖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진 이사회와 주총 의결을 통해 김 본부장이 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부동산원 안팎에서는 부동산원의 역할과 기능을 공개적으로 폄훼했던 인물이 부동산원 상임이사로 낙점되는 상식 밖의 인사가 이뤄진 배경에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손 쓰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감정평가업계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 모임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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