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케이티(KT) 대표이사가 지난 8월30일 서울 서초구 케이티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경영권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기업간 ‘상호주’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는 최근 펴낸 ‘상호주 보유, 거버넌스 워싱인가’ 이슈 보고서에서 “상호주를 통하면 출자를 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주총 결의와 회사의 지배구조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상호주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실제 활용도 미미한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주는 ㄱ회사와 ㄴ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으로, 기업들이 주식교환이나 순환출자를 통해 보유하게 된다. 현행 상법상 상호주 취득 자체는 금지되지 않지만, 10%를 초과할 경우엔 전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보고서는 “상호주는 ‘변형된 자기주식(자사주)’으로 회사의 자본 충실을 해치고 특정주주에 대한 출자 환급 효과를 가진 자사주의 폐단이 상호주에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맞교환한 주식이 결국 대주주와 경영진의 우호 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All Pension Group)이 케이티(KT)와 네이버에 대해 상호주가 경영권 우호 지분으로 악용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견제한 사례를 들었다. 에이피지는 800조원 규모의 유럽 최대 연기금이다.
올해 초 에이피지는 새 대표이사 후보 선임을 앞두고 있는 케이티에 ‘상호주가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제한하라는 주주제안을 했고, 케이티는 올해 주총에서 이를 수용해 정관에 자사주 보고의무를 신설했다. 당시 업계에선 케이티의 새 대표이사를 둘러싼 표 대결에서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보유한 상호주를 통해 케이티 경영진 편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강영기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상호주를 통해 이사회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을 좋지 않은 거버넌스라고 판단한다”며 “상호주 해소는 불가피한 대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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