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15일 서울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안정을 찾는 듯하던 소비자 물가가 7월 이후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가 빵, 우유, 스낵과자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품목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중점관리에 들어가고, 정부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기존대로 두는 대신 제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비용을 줄임으로써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는 것)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격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무엇이 정부의 ‘물가 10월 안정론’을 빗나가게 만들고, 정부로 하여금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게 만든 것일까?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월에 2.3%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8월에 3.4%로 상승하더니, 9월에 3.7%, 10월엔 3.8%까지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로 7월에서 10월 사이 석달간의 상승률을 계산하면 1.95%다. 물가 안정기의 1년치 상승률과 비슷하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6개 품목이 석달 사이 13.99%나 오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석유류 6개 품목은 전체 물가 상승분(1.95%)의 27.9%를 끌어올렸다.
채소와 과일도 물가 상승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 토마토, 배추, 파 등 26개 채소 품목은 석달 사이 18.0%나 올랐는데, 전체 물가 상승분의 14.9%를 끌어올렸다. 사과 등 19개 과일 품목은 12.8%를 차지했다.
개별 품목으로는 전기료가 석달 새 11.8%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분의 10.8%를 끌어올렸다. 시내버스 요금도 석달간 10.8% 올라, 전체 물가 상승분의 3.6%를 기여했다. 쌀도 13.51%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분의 3.1%를 차지했다. 산지쌀값은 10월 초순까지 오른 뒤 하락하고 있다.
외식(39개 품목) 물가는 석달간 0.5% 상승에 그쳐 전체 물가 상승률(1.95%)를 크게 밑돌았다. 가공식품 가운데는 설탕(15.7%), 소금(14.5%), 식용유(10.2%) 등이 석달새 큰 폭으로 올랐으나, 물가가 하락한 품목도 있어서 73개 가공식품 품목 전체로는 석달간 1.0% 오르는 데 그쳤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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