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어느덧 올해 달력도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도 기업도 새해 달력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디지털 달력(캘린더)’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2024년 ‘아날로그 달력’을 준비하며 특별한 의미를 더하는 곳이 있다. 케이티(KT)가 예술가로 첫 발을 내딛는 청년 작가들을 위해 2024년 임직원용 달력을 ‘전시장’으로 제공하고 나섰다.

케이티는 2024년 달력을 제작하며, 달력 속 드넓은 공간을 ‘청년작가’ 12명에게 ‘기회의 공간’으로 제공했다. 케이티가 임직원들과 협력사 등에 제공할 목적으로 20만부 가량 제작한 내년도 캘린더를 넘기면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은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이어진다.

이선영 케이티 홍보실 차장은 “달력을 이용하는 임직원과 고객들이 참신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영감을 얻는 효과도 있지만, 이제 막 예술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청년작가들에게는 기업과의 협업(콜라보레이션) 경험과 작품을 전시·홍보하는 기회가 절실하다는 것이 기획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작가들의 작품은 달력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특유의 계절감을 뿜어낸다. 7월에 실린 폴파이프(본명 최봉관) 작가 작품에는 해안가에 있는 집에서 매일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이 담겼고, 9월에 실린 손모아 작가의 ‘셋이서 바라본 풍경’은 유럽의 도시 풍경으로 가을의 정취를 전한다. 12월에 실린 조윤진 작가 작품은 크리스마스 행성에 방문한 지구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다.

케이티는 “달력의 제작 취지에 맞는 신예 작가 발굴을 위해 갤러리나 경매장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2021년부터 3년째 신예 예술가를 선발하는 ‘와이(Y)아티스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선발된 작가 5명도 달력 작업에 참여했다. 5월 달력에 실린 작품 <자유를 찾아서>의 작가 해이캐치(본명 박상현·28)는 “저 같은 청년작가들은 작품을 선보이는 장이 소중한데, 케이티와 함께 한 작품 협업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이달 초 케이티 광화문 사옥에서 달력에 실린 청년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년작가가 직접 케이티 직원들의 캐리커쳐(특징을 잡아 익살스럽게 그리는 그림)를 그려주기도 했고, 직원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케이티는 “앞으로도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기업 메세나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