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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안팎 위기에 맞서 사회적경제를 다시 성찰하다

등록 2023-11-10 17:16수정 2023-11-10 17:28

8일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개최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소셜 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정빈 수퍼빈(주) 대표,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대표,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순호 (주)동구밭 대표,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소셜 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정빈 수퍼빈(주) 대표,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대표,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순호 (주)동구밭 대표,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협동조합 관련 예산이 올해 대비 91%, 사회적기업 예산은 약 60% 줄었다. 소셜벤처 예산은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은 통합하고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고,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사업 예산마저 전액 삭감됐다. 심지어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 영역을 겨냥해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한다거나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등 부도덕한 카르텔 세력으로 몰아가는 정치권 발언들도 간간히 들려온다.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조직들의 생태계를 총칭하는 ‘사회 기여 부문·사회 기여 공동체(소셜 섹터, social sector)’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는 안팎의 변화는 당면한 ‘위기’를 직감하게 한다.

이 가운데 “예산삭감과 정책축소만으로 ‘위기’를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경제 스스로의 정체성에 한계를 짓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를 성찰하고, 다양한 목소리와 더 많은 대화로 앞으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지가 모인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소셜 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회적 경제 분야의 리더들로부터 지혜와 통찰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은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토크쇼 진행을 맡고, 김정빈(주) 수퍼빈 대표,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대표,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순호 (주)동구밭 대표,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이하 현명)

비즈니스 성격이 강한 기업부터 전통적인 돌봄의 영역까지 사업영역·세대·지역 등을 고려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패널을 모셨다. 조직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기여한 것들, 성과와 열매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해달라.

김정빈 수퍼빈㈜ 대표(이하 정빈)

인공지능 기술로 ‘네프론’이라는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만들어 폐기물을 선별·회수하고, 재활용 참여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폐기물을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사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정부가 관여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영역,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시장 실패 영역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폐기물이라는 사회문제를 ‘순환경제’라는 비즈니스 방법론으로 해결하고 있다. 4명의 창업팀으로 시작해 지금은 180명이 넘는 정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00억이 넘는 돈을 자본시장에서 투자받았다. 자본가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사회적경제 내 소셜벤처의 경우 사회 문제를 정의한 후, 시장 경제 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대표(이하 소민)

반도체 분야 대기업을 그만두고, 5년 전 강원도 원주에 귀촌했다. 한 손으로는 동네 주민들과 농사도 함께 짓고, 또 다른 손으로는 마우스를 쥐고 살아가고 있다. 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산을 가꿀 수 있도록 ‘사유림 경영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산주들이 산의 특성에 맞게 품종을 가꿀수록 그 산이 양질의 탄소 흡수원이 되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지역의 ‘관계인구’로 자리매김하는 걸 목격하고 있다. 더불어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농산어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역의 산주와 지역주민, 지역청년들이 함께하고, 개발하고, 공유하는 네트워크다. 이들 농산어촌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산림 문화 경험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계절별 임산자원을 활용한 ‘산림관광’을 운영하고 있다.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하 지영)

대구 경북에서 에이즈 감염인들을 지원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활동을 20년간 해왔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편견과 차별로 사회로부터 배척당하는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한 기업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소셜 카페 ‘빅핸즈(BIG HANDS)’다. 현재 공공기관 사내 카페 등의 형태로 직영매장을 10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로컬푸드를 공급하면서 공공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본인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로 살아오던 분들이 사회적경제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에서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사회적경제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소셜 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의 후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협찬으로 진행됐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소셜 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제2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의 후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협찬으로 진행됐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이하 순호)

발달장애인을 불안정한 형태의 보호고용 시스템을 넘어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로서 함께 오래 일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원의 절반 이상을 발달장애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기본 산업은 제조업이다. 현재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연소재를 기반으로 화장품이나 샴푸, 린스, 클랜징 오일, 설거지바 등을 고체비누 형태로 제작·판매하고 있다. 제품으로만 보신 분들은 친환경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발달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겠다.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이하 동세)

사람이 태어나 아이가 되고,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 삶을 마감할 때까지 생애주기에 필요한 모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으로서 미션을 가지고 있다. ‘도우누리’는 ‘도움을 나누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자활기업에서 시작한 만큼 공동체적인 생산 구조를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보자는 자활의 기본정신을 가지고 있다. 직영과 위탁 사업장에서 1000명 정도 고용을 창출하고, 연 3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다. 성과를 꼽으라면 시장화한 돌봄시장에서 금전적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종사자들의 성장을 도우며 시민으로서 존엄을 높히고, 지역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있는 도우누리의 존재 자체가 아닐까 한다.

현명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 중 아쉽고 후회되는 점은 무엇이고, 좀 더 나은 사회적경제를 위해 또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정책적 관점이나 우리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 등을 나눠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정빈

사회적경제 내 소셜벤처 정책 기반으로 사업 초기에 정말 저렴하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 성장한 지금도 당시 컨설팅 내용을 적용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정책적인 지원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스스로도 투자자들이나 고객을 대하는 방식처럼 정부를 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의 당위적인 역할이라 주장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정부는 우리가 설득해야 할 고객이자 이해관계자이기도 하다. 아무리 똑똑한 투자자도 우리가 자신을 알고 있는 만큼 알기 어렵다. 총체로서의 정부가 아니라 담당부서와 담당공무원이라는 단위에선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우리를 알리면서 설득하기 위해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민

공감한다. 처음부터 정부가 직접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아웃소싱을 하는 주체가 ‘사회적경제’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양말에서부터 미사일까지 파는 백화점이 정부이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 영역이 임업이다보니 국토계획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관광벤처, 귀농귀촌교육 같은 방식으로 우회를 하면서 콘텐츠를 개발해 왔다. 교육이 끝나고 나면 장문의 글을 쓰게 했다. 훌륭한 기업가들의 글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풀뿌리 시민들의 포스팅 하나가 정책 결정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은 사회적경제 영역 내외부에서 기술혁신 어젠다가 자리잡지 못한 점이다. 사회적경제 내부적으로는 기업·기술가치 평가사들이 말하는 기술 성숙도(TRL) 중 어떤 단계의 기술 수준인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기반에 문제를 재규정하는 혁신인지 등 가치나 이념을 넘어 좀 더 세분화되고 세련된 혁신의 언어로 풀어낼 필요가 있다. 디자인 혁신, 구조적인 혁신 등의 분야에서 내부 역량도 강화하면서 외부 인식도 바꿔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명

사회적경제는 시장 실패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혁신의 시작점에 서 있다. 결국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비즈니스 모델부터 새로운 기술 혁신이 절실한데, 큰 규모의 기술혁신 정책 어젠다가 부재해 아쉬움이 있다.

지영

아쉬운 점은 소셜프랜차이즈화 형태로 규모와 경쟁력을 성장시키기(스케일업) 위한 자원 동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투자시장 등 시장금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법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도개선이 가능하다면 시장금융에서도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시장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은 필연적으로 생기고, 이 결핍을 ‘사회적 금융’을 통해 메울 수 있어야 한다. 포용 금융, 임팩트 금융, 지역 금융, 공동체 금융 등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참여와 협동을 통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사회적경제 토양에서 키워내는 일들 역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대구사회가치금융’을 발족해 그 토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순호

일반 복지 영역의 보호고용과 우리의 일자리를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하는 부분이 아쉽다. 보호고용은 중증에 해당되는 분들의 일자리여야 하는데, 일반 시장경제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보호고용 영역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시장에서 일하게 하려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주된 역할을 한 주체가 사회적경제다. 지금은 에스케이(SK)나 삼성, 아모레퍼시픽이나 엘지(LG) 같은 대기업들이 발달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등의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계기를 만든 것은 단연코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부문이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질적인 부분은 보지 않고, 양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하는 기존의 관행이 사업 8년차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책적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다. 초기 사회적경제 영역에 진입하고자 하는 일반기업들이나 창업가들의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체계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세대 사회적기업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걸었는데, 마지막 사다리를 오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동세

공동체 노동이나 연대를 지향하며 활동한다면서도 정작 사회적경제 생태계 내에서 청년과 장년, 시니어 입장의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다른 업종들 사이의 교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하게 된다.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치밀하고 세련된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철학을 정비하고, 운동의 측면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현실적인 전략은 충실하게 견지하되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은 좀 더 풍성한 꿈으로 가꾸었으면 좋겠다.

현명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적인 상황을 바꾸기 어렵더라도 이 일을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긍정회로를 돌려보자. 우리가 바꾸어낼 수 있는 우리 안의 여력들이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내가 부족하다면 옆에 있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해야 되고, 또 다른 길들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논의의 장이 곳곳에서 늘어나길 기대한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노영준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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