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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정 기조를 행복 국가로 바꾸어야”

등록 2023-11-07 16:05수정 2023-11-07 16:11

[HERI 기고] 김종걸 |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출처. 플리커(Flickr)
출처. 플리커(Flickr)

한국경제가 무척 어렵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은 1.4%에 불과하다. 무역적자와 물가상승률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영 사정 또한 어렵다. 올해 들어 하루 4.5개 기업이 파산신청을 하고 있으며, 9월까지 1213건을 기록중이다. 작년 전체건수 1004건을 이미 넘어섰다. 가계부채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17년에서 2022년까지 92%에서 108.1%로 급증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획이다. 경제개혁, 행정개혁, 중앙·지방개혁, 교육개혁, 시민사회개혁 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과제가 산적하지만, 구체적 논의 이전에 정리할 것이 있다. 모든 정책을 아우르는 국가정책의 큰 틀, 즉 정책의 ‘목적’과 ‘방향’이다. 국정 기조를 새롭고 분명하게 하는 작업. 그것은 당연하게도 국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즉 ‘국민총행복’의 증진이다.

행복 국가의 조건

국정 기조로서 ‘행복 국가’의 조건인 5가지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자유의 원칙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단순한 자유의 원칙(one very simple principle)’이라 명명했다. 자유롭게 꿈꾸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자유롭게 연대하는 것, 그 자유로움이 인간 삶에 생동력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주어진다면, 경제적 자유 역시 억제해선 곤란하다.

둘째, 앞선 자유의 원칙은 공정과 평등의 원칙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의 원칙을 다음의 2가지로 말한다. 모두가 다 자유롭게 행동하게 하라. 자유의 원칙이다. 그러나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를 구제하라. 차등의 원칙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이 함께 있어야 정의로운 나라다.

행복국가의 세 번째 원칙은 ‘혁신’이다. ‘혁신’은 경제혁신·사회혁신·행정혁신을 포함한다. 경제의 활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행정을 유능하게 변화시키는 일이다. 혁신에서 첨단산업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외눈박이 사고방식이다.

네 번째 원칙은 ‘참여’와 ‘책임’이다. 시민의 자발적인 공적 참여는 행복한 나라의 기반이다. 시민참여를 독려하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시민조직의 투명성, 기업과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충성’의 원칙이다. 행복한 나라란 한 사람도 버림받지 않고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나라다. 그러나 이 목표는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가령 빈민 문제의 해결 주체는 국가만이 아니다. 빈민 자신이기도 하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건강함은 보충성의 원리로 구현된다. 보충성의 원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이 하라. 어려우면 가족이 해결하라. 가족이 못하면 지역의 시민사회가 돕는다. 여기서도 해결이 안 되면 처음으로 행정이 관여한다. 먼저는 지방정부가 나서고 불가능하면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보충성의 원리가 중요한 이유는 문제 해결의 주체가 행정이 아니라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행정이 주체가 되는 순간 모든 자발적 행위는 줄어들고, 형식적이고 꽉 막힌 관료적 해법만이 난무한다.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와 내 주변의 문제를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함께 풀어가는 것’이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내용이다.

골든타임은 별로 남지 않았다

검찰이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정적을 억압하는 곳은 자유로운 나라라 할 수 없다. 서울역 동자동의 0.8평의 쪽방에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 그것이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연구·개발(R&D) 예산을 갑자기 대폭 삭감하고, 시민조직과 사회연대경제를 마치 부정한 카르텔 세력인 양 폄하하는 행동이 혁신적이라 할 수 없다. 어느 해병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 그곳을 책임의 나라라고 부를 수 없다. 보충성의 원리 실현을 위한 시민에게로의 권한 이양 역시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문턱에 겨우 도달한 순간 몰락의 징후가 사방에서 감지된다. 위기는 개혁을 위한 최고의 자양분이다. 새롭게 변화해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 이 글은 1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총행복정책포럼 집중토론회 ‘국정기조 대전환, 대한민국을 행복국가로’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전체자료집은 링크 참조. https://drive.google.com/file/d/1yod0axxuS15SZugKgK1ls7xrIUODP69x/view?usp=sharing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himajk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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