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시범운영에 참여한 하청업체 125곳 가운데 76.0%가 원재료 가격변동의 위험부담이 줄었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운영이 시작된 ‘납품단가 연동제’에 참여한 회사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이 1%포인트 올랐을 때 납품단가도 0.62%포인트 오르는 등 연동제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5일 개최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연동제 시범사업을 통해 약정을 체결한 165곳의 실제 연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하청업체가 모두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도입 취지에 맞게 원·하청업체가 비용 상승분을 나눠 부담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날 시범운영에 참여한 하청업체 125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들 회사의 76.0%가 원재료 가격변동의 위험부담이 줄었다고 답했고, 72.8%는 안정적 거래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연동 약정을 다시 체결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곳의 비율은 85.6%였다.
원재료 구매 부담 등이 줄어 경영실적이 개선됐다고 답한 비율은 30.0%였고, 65.0%는 연동제 실시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청업체만 이득을 보는 건 아니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원청회사 관계자는 “특정 원재료가 지난해 10월 이후 가격이 45.0%까지 상승했다”며 “납품대금 연동방식을 정해놓지 않았다면 가격협의가 지체돼 부품을 적기 수급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고 답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중소기업이 원재료가격 변동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연동 의무가 법제화된 이상 제도의 조속한 정착과 제도를 회피하려는 시도들을 차단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연동문화 확산을 담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범 운영된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10월4일부터 정식 시행됐다.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인 주요 원자재 가격이 원·하청의 사전합의 비율보다 더 오르면 하도급 대금을 조정해야 한다. 단, 원·하청이 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연동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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