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공기업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 사기 등 여파로 보증공사가 회수하지 못한 전세 보증금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추가 보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보증공사)에 현물출자가 가능하도록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간 국유재산법상 ‘정부배당 대상기업’에만 이름을 올렸던 보증공사를 ‘정부출자 기업체’ 목록에도 추가하는 게 뼈대다. 보증공사는 주택도시기금법상 현금출자는 이미 가능하다. 하지만 현물을 출자하려면 국유재산법에도 이를 명시해야 한다.
기재부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배경에는 전세 사기 등의 여파가 크다. 보증공사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을 운용한다.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 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보증공사가 이를 대신 지급한 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회수한다. 경·공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데는 통상 2년 정도 걸린다.
보증공사는 자기자본의 70배까지만 보증서를 발급할 수 있다. 9월 기준 보증공사의 보증 배수는 약 55배다. 9월 기준 보증액 354조원을 자본금은 6조4400억원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미회수 보증금은 결산 시점에 보증보험의 자본금을 줄여 보증 한도를 끌어내린다. 특히 올해는 전세보증 대위변제액(대신 갚아준 보증금)은 이미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1∼8월 누적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2조48억원으로, 처음 연간 기준 2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누적 회수율은 14.4%에 그쳤다. 내년에 보증공사가 추가 보증을 내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를 우려를 반영해 내년 예산안에 자본 충당금 7천억원을 배정했지만, 현금출자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큰 터라 현물출자 카드도 준비해두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공기업 주식 등 현물 출자는 현금 출자에 비해 손쉬운 방법이다. 무엇보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현물 출자는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가 국회 감시망을 벗어나 자회사의 자본을 확충하는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기재부 출자관리과 담당자는 “현금 출자만으로는 (보증 발급에 필요한 자기자본금을) 다 메울 수 없어 현물 출자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현물출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 국회에 사후보고되는 등 관련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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