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을 잡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부실 뇌관을 건드릴 수 있어서다. 시장 참여자들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이후 줄곧 동결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동결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 1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응답은 10%에 그쳤다. 지난 8월 조사 때 인상 예상 응답률보다 2%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의미를 크게 두기 어렵다. 금투협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진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고 풀이했다.
물가 상황만 고려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요인이 커진 건 사실이다. 8월 이후 환율 상승에다 국제유가의 상승 등으로 물가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장·단기 시장금리까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도 물가 불안 심리를 키운다. 외화자금 이탈에 따른 환율 추가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의 판단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만큼 물가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섣불리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섰다가는 기대보다 미약한 경기 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데에 한은의 정책적 고려가 쏠려왔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실 자산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난 9월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은의 이런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 전망 경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말 물가 수준은 한은이 예상한 3.3% 안팎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진단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터지기 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새로 등장한 물가 불안 요인의 크기를 한은이 어느 정도로 보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애초 기대한 하반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바람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은 예상치(1.4%)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지난 8월에 하향 수정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1.4%인데,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를 비롯한 여러 전망기관들의 예상치는 1.1~1.2%선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물가-금융안정-성장이라는 세가지 정책 목표에 대한 한은의 시각은 19일 금통위 회의 뒤에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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