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에 등장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칭 광고. 누리집 갈무리
최근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 경제분야 유명인을 앞세운 가짜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인 얼굴·이름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노골적으로 사기를 치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피해를 당한 주진형 전 대표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고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이런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 빅테크의 대응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사칭 광고는 자신이 해당 유명인이라며 이력을 소개한 뒤, “주식 투자를 통해 수백 배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며 특정 누리집(링크)으로 유도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 사칭 광고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제 안내에 따라 진행하시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80%의 성공률을 보장합니다”라고 주장한다.
주진형 전 대표를 사칭한 광고는 “최근 주식 교류 그룹을 설립했다”며 “모든 예측 동향은 30% 이익을 유지한다”는, 다소 어색한 한국어 문구를 담고 있다.
이런 가짜 광고는 페이스북 글은 물론 짧은 영상(숏폼)인 릴스를 통해서도 퍼져나가고 있다. 또다른 소셜미디어인 카카오톡의 주식 관련 오픈채팅방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페이스북에 등장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사칭 광고. 누리집 갈무리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로 올리고 있는 메타는 “가짜 광고 적발 시 삭제 조치하고 있지만, 해당 계정 정보가 유출되거나 해킹당했을 경우엔 개인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메타는 허위 사용자 계정을 사용해 광고를 게재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해당 계정을 제한·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메타가 맞춤형
광고, 인공지능 광고 도구
삽입 등에는 적극적이면서 유명인 사칭 피해를 막기 위한 단속과 대응 활동에는 무관심한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은 해당 광고를 내리기 위해 억울해도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이어, 주진형 전 대표도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사칭 광고 소식을 접한 일주일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페이스북 신고를 꾸준히 요청했지만, 신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퍼져나가는 느낌“이라며 “카카오톡의 경우, 고객센터를 통해 신고했는데도 해당 주소(url)와 진짜 당사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요구 메일만 받았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