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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길 잘못 들어선 감세·긴축, 경제에 해롭고 지속 어려워”

등록 2023-09-27 09:00수정 2023-10-05 16:16

정남구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포용재정포럼 김유찬 회장

지지층 선물용 감세, 감세효과 과소추계 가능성

대규모 세수 펑크에 ‘불용’은 무대응이고 월권
8월께 세수 재추계, 국회에 정보 제공 법제화 필요

‘재정준칙’ 낡은 유물, 경기변동에 유연 대응해야
윤석열 정부 재정 건전성·작은 정부 집착해 긴축만
양극화·기후위기 대응 잘 못하면 악순환 우려돼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금이 덜 걷힌다고 정부 지출을 줄여버리는 것은 회계적 대응일 뿐, 경제적으론 무대응이죠.”

정부가 올해 60조원 가량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자 각 부처에 정부지출을 ‘불용’ 처리하게 하는 것을 두고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서 의결한 예산을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권한 남용’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 운용은 매우 낯설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59조1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 지출이 줄어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데 정부는 태평하다. 내년 예산은 연구개발(R&D) 예산 등을 뭉터기로 삭감해 명목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증가율을 낮췄다. 경기부진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초긴축 정책을 ‘건전재정’이란 이름으로 고집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을 역임하고, 문재인 정부 시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2018.4∼2021.4)으로 조세재정 부문 국책연구를 이끌었던 김유찬 전 홍익대 교수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파격’적인 조세·재정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사회안전망 확충, 공정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21년 12월 발족한 포용재정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두번째로 세제개편안과 예산안을 내놓았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어떻습니까?

“재정정책은 그 시기의 경제상황에 잘 대처하고 그걸 통해서 서민 생활이 곤란하지 않게 하고, 또 경제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 재정정책은 경제와 시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작은 정부’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국가경제를 파괴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도적인 입장의 재정학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평가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 세수가 세입 예산안보다 59조1천억원이 부족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최근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수치인들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7월 말까지 세수진도율을 갖고 계산해보면 세수 결손이 65조원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과소 추계가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 능력을 더욱 믿기 어렵게 됐습니다.

“세수 추계가 어려운 작업이긴 합니다. 예산안을 짤 때 하는 내년 경제전망이 빗나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득세와 법인세 등은 초과누진세율 구조니까 세수 변동성이 경기 변동성보다 더 큽니다. 특히 법인세는 수출대기업의 비중이 커서, 대외 여건 변화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도 경기변동의 영향이 큰데,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에서 세수 오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재추계한 올해 세수 전망치(341조4천억원)는 지난해 세수(395조9천억원)에 견줘 54조5천억원 적습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세수는 367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6조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잡혀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 명목 성장률을 4.7%로 보고 있는데, 세수 증가가 미미합니다. 지난해 세제 개편 때 큰 폭의 감세를 단행했는데, 그때 정부가 세수감소 폭을 줄여 발표한 것 아닌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감세 효과가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습니다. 거기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2020년 말에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도입했는데, 그때 기재부는 감세 효과가 5천억∼6천억원 될 거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따져보니 2조원 정도 됐다고 합니다. 기업이나 고소득 자산가에 대한 감세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감세 효과를 작게 계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는 세율 인하보다 투자세액공제의 감세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네. 국가 전략산업에 대해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15%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고, 수출대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은 거의 국가전략 산업에 들어갑니다. 보통 사람은 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상속세 감세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연합회를 앞세운 로비에 넘어가, 정부가 중견기업까지 가업상속 공제를 크게 늘리는 법안을 올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동의를 해서 통과됐는데, 굉장히 잘못된 겁니다. 부동산 자산을 그냥 상속하면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의 지분으로 상속하면 감세해준다는 게 불합리합니다. 가업승계 감세는 독일에서 고용 유지 등을 위해 도입했는데, 위헌 결정이 나서 제도를 많이 보완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과도한 특혜이고 명백하게 위헌입니다.”

―우리 경제구조와 조세제도가 경기상황에 따라 세수를 큰 폭으로 들쑥날쑥하게 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그렇게 변동성이 큰 세수입에만 맞춰 한해 한해 나라살림을 운영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과거에 내놓은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돌아보면 장래 국가부채 비율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3년 뒤인 2019년 국가부채 비율이 40.7%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결산기준 실제 국가부채 비율은 36.5%로 그때 예측보다 4.2%p 낮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재정이 거덜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수치를 보면 전혀 사실이 아니고 정반대라고 봐야지요. 세수가 예상보다 좋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국가부채 비율 계산에서 분모인 국내총생산액이 커졌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입니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위기 때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해 대응하면서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부채 비율이 올라갔습니다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재정적자 비율이 아주 낮았습니다. 재정 지출은 경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맞습니다. 세수 추계 오차는 회계연도 8월 쯤에 정부가 세입을 재추계해서 국회에 제출하도록 법제화하고, 세입이나 세출을 변경하는 추경이 필요할 경우 국회가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선 뒤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정규율을 엄격하게 하면 국회의 예산권을 제약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재부는 다른 부처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에 재정준칙 수립을 강력히 바랄 것입니다. 못 지킬 상황도 벌어지겠지만 그건 예외 규정을 만들어 빠져나가겠지요. 재정준칙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럽연합 사례를 많이 거론하는데, 지난번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그걸 지킬 수도 없을 뿐더러 지키려다 나라 경제가 결단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단기실업자가 장기실업자가 돼 인적자본을 훼손하고, 침체가 길어져 성장잠재력에 나쁜 흔적을 남긴다는 증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 때 세계 각국이 큰 폭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폈습니다. 재정규율은 훨씬 연성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금은 많은데, 우리나라엔 이미 국가재정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 즉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는 회복이 매우 느립니다. 그런 가운데 세금이 잘 안걷히자 예정된 지출까지 줄이고 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빚내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하지 않는 불용, 세계잉여금 사용, 외국환평형기금의 여유자금 전용으로 대응한다고 합니다. 불용은 세금이 안들어오니 안쓰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국가재정법에 불용 처리가 가능하게 돼 있더라도, 국회가 정해준 부처 예산을 기재부가 돈을 안줘서 못쓰게 하는 건 법 취지와 맞지 않고 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여유자금을 갖다 쓰겠다는 것도 과거에는 그게 가능한 일이란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

―정부가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총지출을 올해보다 2.8%만 늘린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초긴축 예산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에 성공하자 지지세력에게 대규모 감세 선물을 줬고, 거기에 맞춰 올해 예산을 큰 폭으로 줄였는데 세수는 엄청나게 감소했습니다. 수습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올해는 그냥 밀고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세입에 맞춰 재정총량을 억제한 것이 두드러집니다. 경제가 좋아질 것 같다고 하니까, 대통령도 긴축 기조를 두고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래 이어졌던 중국 특수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면, 내년 경제도 기대하는 것만큼 좋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재정정책을 이대로 계속 밀고갈 수는 없게 되겠지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일괄삭감한 것을 두고는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은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잘못 쓰이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가야지, 내년 예산처럼 일정 비율을 정해 일괄삭감해버리면 부작용이 큽니다. 아시다시피 당장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일자리를 대거 잃게 생겼습니다.”

―계속되는 재정긴축의 여파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부가 기준중위소득을 인상하는 등 기본을 지킨 면은 있지만, 예산 규모가 줄면 복지 수준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우선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 잘 안되겠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잘 발전하려면 인적 자원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양극화는 소득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 젊은이들에게 인적자원 개발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못하게 합니다. 양극화의 가장 나쁜 점이죠. 돈있는 사람들은 자식들을 위해 돈을 많이 쓰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지원해야 인적자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입니다. 국가가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깔아주고, 기업이나 민간이 에너지 소비행태를 바꾸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데 재정을 아끼면 그게 잘 안되겠죠. ”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부터 유류세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인하 폭을 점점 키우다, 올해 들어 휘발유만 조금 줄였습니다. 세수감소는 많은데, 소비자 가격은 별로 낮추지 못하고 지원 효과가 줄줄 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환경 문제 때문이지만, 산업적으로도 곧 중요한 문제로 닥쳐올 것입니다.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가야 합니다. 환경 비용까지 고려한 원가가 에너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에너지 가격을 모두에게 일괄 낮춰주기보다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저소득 계층에게 소득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감세는 환영하는 사람이 있어 단행하기 쉽지만 증세는 반발이 커서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 집값 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고가 다주택 보유자들은 종합부동산세 증가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민주당도 부동산 관련 감세에 적극 나섰습니다. 앞으로도 부동산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개혁 특위 위원을 맡으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개혁특위에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이 다수가 아니었고, 기재부 출신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부동산 과세 강화, 상속세 강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약한 수준의 개혁안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도 약간 올리는 정도였지만, 그것조차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오자 초저금리 환경이 펼쳐지고 매수세에 불이 붙기 시작한 뒤 급하게 세부담을 강화했습니다. 이미 가격상승세를 억제하기 어려웠지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 H6s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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