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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파밭에서 태양광 발전?…태양빛, 작물과 나눠 써도 될까

등록 2023-09-17 12:00수정 2023-09-18 02:47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가보니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13일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약 590평 규모의 들판에 태양광 패널(모듈)들이 지붕처럼 서 있었다. 3미터(m) 높이 구조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30도 각도로 비스듬히 늘어선 아래, 대파가 성인 무릎만큼 자랐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하는 ‘영농형 전용 태양광’이다.

실증 연구를 이끄는 정재학 영남대 교수(화학공학부)는 “패널이 너무 빽빽하게 서 있지 않도록 설치 간격이나 패널의 빛 투과 정도 등을 조정해 햇빛 차단 비율을 일정 정도 아래로 유지하면 그림자가 드리워도 작물이 자라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해 농사도 짓고 태양광 발전도 하는 사업이다. 1~1.5미터 높이에 설치된 통상적인 태양광과 다르게, 태양 빛이 들고 농기계가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3~5미터 높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농작물이 광합성할 수 있는 최대 빛의 양인 ‘광포화점'을 넘는 태양 빛을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 원리다. 광포화점이 높은 벼는 일조량의 30%는 태양광 패널이, 70%는 벼가 갖는 식이다. 태양빛을 나눠 갖는다는 의미로 ‘솔라쉐어링(solar shar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전체 전경. 일반형(70㎾), 수직형(20㎾), 영농형 태양광 전용인 협소형(10㎾)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는데, 그 아래서 대파와 벼를 재배해 작황 현황이나 전력 생산량 등을 모니터링한다. 한화큐셀 제공.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전체 전경. 일반형(70㎾), 수직형(20㎾), 영농형 태양광 전용인 협소형(10㎾)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는데, 그 아래서 대파와 벼를 재배해 작황 현황이나 전력 생산량 등을 모니터링한다. 한화큐셀 제공.

수직형 태양광 패널(모듈)을 사용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수직형 패널은 농작물 옆 2미터 높이로 태양광 패널을 수직으로 설치한 것이다. 한화큐셀 제공.
수직형 태양광 패널(모듈)을 사용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수직형 패널은 농작물 옆 2미터 높이로 태양광 패널을 수직으로 설치한 것이다. 한화큐셀 제공.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기금을 조성해 만들어진 이 실증단지에서 정재학 교수 연구팀은 농작물 수확에 최적화된 영농형 태양광을 연구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제조 부문 한화큐셀은 영농형 전용 태양광 패널 등을 개발해 지난해 5월 이곳에 공급했다. 구역별로 일반형(70㎾), 수직형(20㎾), 영농형 태양광 전용인 협소형(10㎾)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는데, 그 아래서 대파와 벼를 재배해 작황 현황, 전력 생산량 등을 모니터링한다. 이곳에 설치된 모든 태양광 설비(100kw)가 지난해 1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약 130MWh(메가와트아워) 정도로, 이는 국내 가정용 전력사용량 기준으로 연간 140여명이 사용 가능하다.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용은 약 1억4천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현재 생산된 전력은 팔지 않고 실증 단지와 영남대 운영에 사용한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성’이다. 태양 빛을 태양광과 나눠 가지면 농작물의 작황이 부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 연구 결과, 영농형 태양광 아래서 자라는 대파와 밀, 배추 등 수확량은 일반 농작물의 최대 80%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증 연구에서 태양광 아래 재배한 배추는 82%, 포도는 96%, 양파는 104% 정도의 수확량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력 판매 수익이 작황 부진으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보전하고도 남기 때문에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의 소득 향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경제조사’를 보면,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은 4615만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소득 종류 중 농업소득이 949만원으로 전년(1296만원) 대비 27%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년 동안 실증 단지에서 생산한 전력량(130MWh)의 판매 수익을 현재 전력 요금 체계를 바탕으로 추정해본 결과 대략 3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통 연간 2400만원(100kw 기준) 수익이 난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이라고 해서 무조건 작황 감소가 일어나진 않는다. 광합성을 촉진하는 엘이디(LED) 사용 방안, 태양광 설비를 이용해 가뭄시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발전사업자들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이나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등으로 전력을 판매한다. 다만, 아직 실증사업 단계에 있는 영농형 태양광의 구체적인 수익 창출 구조나 구체적 규모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 판매 수익은 추정치에 머무른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아 전력 요금 체계나, 태양광 설비 종류와 설치 기간 등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전력 판매 수익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전력 가격이 농산물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농사도 짓고 전기도 판매하는 게 수익성이 훨씬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에서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에서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태양광 패널 수명은 25년 정도이지만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최장 8년(농지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 최장 기간)까지만 허용돼서다. 영농형 태양광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농지법 개정안(박정 의원안, 김승남 의원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경산/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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