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5일 감사원의 ‘국가 통계 감사 중간결과’ 발표를 놓고 수사요청 대상에 오른 문재인 전임 정부 주요 인사들은 “노골적인 정치 감사”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한겨레와 통화에서 “감사원은 통계 수치를 바꾸도록 압박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조작했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택·소득·고용부문에 걸쳐 시장 현황 파악 등 정책 목적을 위해 필요한 통계 분석과 보완, 관계기관 협의 등을 감사원이 모두 불법 조작·왜곡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 및 장·차관으로 구성된 포럼 ‘사의재’는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들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통계 조작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고 통계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 조사와 작성에 대규모 인력이 참여하는 터라 조직적인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민간 기관이 만드는 통계 등 다수의 비교 가능한 통계가 존재하는 만큼 특정 통계를 조작할 유인도 낮다는 얘기다.
전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는 “감사원은 부동산원이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표본 조사 없이 임의로 주간 집값 변동률을 예측하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다시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하는데, 저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국토부 공무원과 부동산원 직원들이 그런 식으로 일했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감사원이 제기한 소득·고용 통계 조작 혐의에 반론이 많았다. 정상적인 통계 분석이나 기관 간 협의까지 ‘청와대 관심’에 영향을 받은 조작·왜곡이라고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관계자는 “통계청이 2017년 2∼4분기 중 가계동향조사에 새 가중값을 적용해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감사원 지적은 통계청의 자체 필요성에 의한 것일 뿐 청와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앞서 지난 2018년 5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했던 당시, 청와대가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통계청으로부터 통계 자료를 불법으로 제공받아 자의적으로 분석하고 통계청에 허위 해명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감사원이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의 승인 없이 통계청이 자료를 제공했다’며 통계법 위반을 지목한데 대해 사의재는 이날 “(당시에는 통계법 위반 사항 여부를 누구도 잘 몰랐지만)통계 행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인데, 현 정부는 애초부터 사실관계 규명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소득 동향 통계와 관련해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청와대 입맛에 맞게 해석해 기관 공식 입장인 것처럼 소개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도 당시 통계 분석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국책 연구기관 연구자들은 통상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대통령실 등 각 기관으로부터 수시로 이런저런 분석을 요청받고 무보수로 분석해주는 일이 많다”면서 “감사원이 이런 맥락과 현실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이해하지 않으려 한 듯 하다”고 귀띔했다.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계는 시계열 유지가 핵심인데 조사 방식 변화로 시계열의 일관성이 깨질 경우 해석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거나 정책적 보완을 논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2019년 8월 통계상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자 통계청에 ‘설문 조사 방식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설명하라고 주문한 게 ‘부당 개입’이라는 감사원 지적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는 얘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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