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들어 전방위로 뛰어든 이른바 ‘이권 카르텔’ 관련 조사 일부를 연내에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달 중 사교육 업체들에 대한 거짓·과장 광고 조사가 마무리되고, 뒤이어 철근누락 아파트 감리업체들과 통신 3사, 은행들에 대한 담합 혐의 조사가 연내 완료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지난 1년간 성과와 정책 기조를 지속·발전시키겠다”며 “핵심 민생 분야 불공정 행위에 역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민생분야 불공정 행위’ 주체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관련 감리업체(입찰담합), 강사의 수능 출제 이력과 대학 합격 실적 등을 거짓·광고한 학원과 인터넷 강의 업체, 판매 장려금을 담합한 이동통신 3사,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담합한 은행 등이 지목됐다.
앞서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자 곧장 관련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학원·인터넷 조사는 지난 6월 수능 ‘킬러 문항’ 논란 뒤 시작된 교육부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로 시작됐다. 이밖에 지난해엔 두차례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를 상대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혐의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는데, 이 조사는 일단 중지 상태다. 한 위원장은 “검찰이 조사 방해로 기소한 상태이고 그 안에 사업자 단체 이슈가 포함돼 있다”며 “일단 판결을 지켜보고 본안 조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기조에 맞춰 공정위가 정무적으로 조사 사건을 선정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정위가 사업자의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조사를 개시하거나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조사가 지나치게 이뤄지는 게 아닌지, 범위나 강도에 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관련 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주요 현안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에 대한 입법 규제 추진 여부와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입법) 규제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구체 방향을 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 시장 갑을(플랫폼-입점업체) 분야 정책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 기조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중견기업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2018년 이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제재 건수는 21건이고 중견집단은 5건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견기업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엄격히 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중견집단은 제약, 의류, 식료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대기업집단에 견줘 이사회 내 총수일가 비중이 높은 등 내외부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며 “더욱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오뚜기와 광동제약의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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