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반기 들머리부터 3대 경제 지표가 모두 고꾸지면서 하반기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부채 확대와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대규모 세수 결손마저 예상되는 탓에 국가의 경기 관리 두축인 통화·재정정책은 모두 발이 묶인 터다. 하반기 경기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확산된 경기 바닥론 내지 조기 반등론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우리 경제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경기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이 지표는 지난 7월 한달전에 견줘 0.5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뒷걸음질했다. 하락폭은 6월(-0.2포인트)보다 더 크다. 이 지표의 7개 구성 요소 중 서비스업 생산(0%)을 뺀 광공업 생산·소매 판매·건설 기성 등 모든 부문이 전월 대비 악화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경기 반등은 커녕 우리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식고 있다는 뜻이어서다.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비중이 큰 제조업 부문 위축은 심상치 않다. 7월 제조업 재고율(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23.9%로 지난 4월(13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껏 만들어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재고율 상승은 소비 부진은 물론 앞으로의 생산 부진, 일자리 시장 악화를 예고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7월 산업 지표가 생각보다 부진했다. 회복 모멘텀이 약하고 경기가 오히려 횡보하는 모습을 보일 위험이 커졌다”며 “상저하고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상저하고 전망의 핵심 근거였던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 등이 예상과 달라지며 경기 하방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에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지만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통화·재정 정책에 제약이 크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지난 4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그 폭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가계부채 탓에 한국은행으로선 기준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상승폭을 크게 줄여온 물가도 재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이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건전 재정’ 기조에 따라 짠물 편성한 올해 예산 마저도 40조원 남짓으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 탓에 예정된 지출도 상당부분 ‘불용’될 처지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시티그룹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값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실제 정부 지출을 반영한 7월 공공행정 분야는 전월 대비 6.5%나 감소하며 생산 지표의 마이너스(-) 전환을 이끌었다. 나아가 정부가 중앙 재정의 주요 사업비 65%를 올해 상반기에 몰아 쓴 탓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재정 고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 소비 둔화, 투자 위축 등이 이어지고 정부 지출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올해 연간 성장률은 1.4%(기재부·한국은행 전망값)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하, 지출 확대 등 뚜렷한 정책 대응이 없다면 내년 성장률도 2%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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