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주요국의 금리인상 흐름이 마무리되면서 내년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중국의 저성장이 제조업 경기의 빠른 개선을 제약할 수도 있다. 중국의 투자가 1% 감소할 경우 2년 뒤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0.0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5일 낸 ‘경제전망 핵심이슈–글로벌 제조업 경기 평가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에서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 추세적 성장둔화 등이 글로벌 제조업의 빠른 개선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며 “중국의 저성장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비스업이 빠르게 회복된 것과 달리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서비스업과 격차가 커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과거보다 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수출증감률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최근 제조업 생산은 한국을 포함해 대중 수출과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서 부진한 상황이다.
한은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재화 수요가 위축되고 소비가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데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타나면서 전체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이후 금리인상 흐름이 끝나면 재화소비가 돌아오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민규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내구재 소비가 팬데믹 시기에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이끌었는데 금리 민감도가 높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초래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금리인상 기조 종료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재화소비를 크게 위축시켰던 가파른 금리 인상 흐름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고점에 근접했단 판단도 있다. 금리 인하가 전개되면 시차가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글로벌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변수 중 하나는 중국의 부진이다. 한은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으로 중국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겠으나, 중국의 성장동력이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여타 국가들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투자가 1% 감소할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디피는 2년 뒤 약 0.0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의 경우 감소 폭이 0.09%로 전체 평균보다 컸다.
한은은 “더 긴 시계에서 보면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이 제조업의 환경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제조업 경기·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수출 시장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친환경 전환도 가속해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 관련 지표. 한국은행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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