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김창길기자
현 정부 출범 직전 해에 기업의 소득에 견준 세부담이 대기업은 각종 세금 공제 영향으로 줄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공제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터라, 대기업들의 실질 세부담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한겨레가 국세청의 ‘국세 통계’를 분석해 보니, 지난해 국내 전체 법인이 신고한 법인세 실효세율(외국에 낸 세금 제외)은 18.5%로 1년 전에 견줘 0.4%포인트 올랐다. 법인세는 전년도 경영 실적치를 바탕으로 매년 4월 세금을 신고한다. 지난해 실효세율이 소폭 올라갔다는 건 2021년 발생한 과세 대상 소득(과세표준) 대비 실제 세금 부담액이 늘었다는 의미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앞서 2019년(신고연도 기준) 19.1%에서 2020년 17.5%로 내려왔다가 2021년 18.1%, 지난해 18.5%로 2년 연속 상승했다.
기업 유형별로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난해 자산 5천억원 미만 중소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4.4%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뛰었다. 이는 2009년(15.3%)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견기업 실효세율도 지난해 19.6%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였다.
반면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21년 20%에서 지난해 19.2%로 0.8%포인트 내려갔다. 중견기업 실효세율이 대기업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치솟은 건, 기업의 이익이 각종 공제 제도를 통한 세금 감면액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체와 게임·유통회사 등의 이익이 급증했지만, 이런 서비스업은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등을 거의 적용받지 않다 보니 중소·중견기업 실효세율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중견기업이 신고한 과세 대상 소득은 1년 전보다 65.2% 늘었으나 법인세 공제액은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은 정반대다. 지난해 법인세 공제액 증가율(전년 대비)이 142.3%로 소득 증가율(96.5%)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는 국외 사업 비중이 큰 대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을 제외한 것이지만, 우리 정부의 각종 투자 세액 공제 제도 등으로 국내에 내는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대기업의 국내 세 부담은 현 정부 들어 더 감소할 여지가 많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미래형 이동수단·바이오 의약품 등 투자 세액 공제 확대 정책의 핵심 수혜 대상이 주로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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