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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계의 문법을 혁신할 때…자본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관점으로”

등록 2023-08-18 14:16수정 2023-08-18 14:21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로리 무크·잭 쿼터·베티 제인 리치몬드 지음, 유종오 옮김┃한국스마트협동조합┃2만8000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5층 소회의실에서 공익회계사네트워크 ‘맑은’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자본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관점으로’의 출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역자인 유종오 공인회계사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발제하고, 현장에 참석한 공인회계사들이 새로운 회계 체계를 논의하는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5층 소회의실에서 공익회계사네트워크 ‘맑은’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자본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관점으로’의 출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역자인 유종오 공인회계사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발제하고, 현장에 참석한 공인회계사들이 새로운 회계 체계를 논의하는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한 조직의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정보를 회계 정보의 일부로 인식하고, 그 조직이 이해관계자 또는 이해관계자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

지난 달 17일에 번역·출간된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의 저자들이 정리한 ‘사회적 회계’의 정의다. 로리 무크 캐나다 토론토대 사회적경제센터 소장, 잭 쿼터 토론토대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교수, 베티 제인 리치먼드 요크대 교육대학 교수는 이 책에서 “주주의 이익에만 초점을 두는 전통적 회계보고서가 비영리조직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의 사명 수행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하기 어렵고, 낮은 평가를 받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봤다. 더 나아가 사회적 경제 조직이 사회적 가치 창출 조직이 아니라 자금을 소모하는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이런 이유로 금융기관 대출에서 배제되거나 국가 자원의 배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들은 “비영리 조직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 기여가 계산되지 못하고 누락되고 있다”며, “이들 조직의 성격과 목적에 맞는 회계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자원봉사활동, 회원이나 조합원의 자발적 기여나 사회적 활동 등의 가치가 회계 보고서에서 누락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캐나다의 다양한 비영리조직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등 사회적 활동에 의해 창출되는 가치를 반영해 사회적 회계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또 “우리의 일차적 목적은 재무보고서 안에 시장 거래가 아닌 자원봉사활동과 사회적 산출물을 통합 반영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중요한 비화폐성 거래를 실제 회계보고서에 통합 반영하는 사회적 회계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고유한 목표다”라고 저자들은 저술 목적을 설명한다.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의 원서 제목을 직역하면 ‘무엇이 중요한가: 비영리조직과 협동조합을 위한 사회적 회계’(What counts: Social Accounting for Nonprofit and Cooperatives)이다. 역자인 유종오 공인회계사(이하 역자)는 다양한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법인 등에서 감사를 맡아 봉사해 왔다. 역자는 “원서 제목처럼 기존 회계보고서가 정작 조직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현실, 특히 사회적 경제 조직의 실질에 맞지 않는 기존 회계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5층 소회실에서 열린 출간 기념 세미나에 발제로 참여한 역자는 “현행 사회적 경제의 회계보고서가 조직의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법인의 이해관계자는 조합원과 지역사회, 직원과 후원자 등이고, 이들의 관심사는 조직의 이익 창출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의 구체적 필요(공동소비, 공동구매 또는 공동판매, 고용창출과 안정, 취약계층 지원, 환경과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회복 등)를 충족하기 위한 조직 활동에 대한 정보”라고 짚었다. 현행 재무적 자산이나 부채상태표, 이익 중심의 손익계산서 양식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정보다.

그는 “재무제표에 기업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 즉 임직원과 거래처, 소비자, 지역사회(자연·환경·정부 등)의 관심사는 표시될 여지가 없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에서 임직원과 소비자, 지역사회 등이 가치 창출의 원천이 아니라 이윤 창출 과정에 소모되는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자연환경의 파괴나 산업재해발생, 해고, 실업, 건강문제 등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기업의 이익은 과대평가되고, 자본주들에게 역사적으로 적정수준 이상의 과잉배당 또는 부의 이전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열린 출간 기념 세미나에서 역자인 유종오 공인회계사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발제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출간 기념 세미나에서 역자인 유종오 공인회계사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발제하고 있다.

영리기업용 회계 체계를 대체할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의 활동을 온전히 평가하고 공시하기 위한 ‘사회적 회계’는 직원, 서비스 이용자 또는 소비자, 자금제공자, 사회, 정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조직의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정리한다. 전통적 회계보고서가 하나의 이해관계자, 즉 주주에 초점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조직의 자원봉사자들은 이해관계자 중 하나이며, 협동조합이나 비영리조직에서 조합원이나 회원도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특히, 임직원의 노동력을 자산으로 간주해 인적자원을 자산화한다. 현행 회계 기준에서 임직원 급여를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지출하는 비용으로 보고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저자들은 구체적인 사회적 회계의 틀거리로 △조직의 사회적 성과를 투입·산출모델로 측정하는 ‘공동체사회투자수익모델’(Community Social Return on Investment Model) △손익계산서를 변형한 ‘사회경제영향보고서’(Socioeconomic Impact Statement) △재무상태표를 변형한 ‘사회경제자원보고서’(Socioeconomic Resource Statement) △부가가치보고서를 변형한 ‘통합부가가치보고서’(Expanded Value Added Statement) 네 가지 방식을 제시하며, 이를 ‘통합 사회적 회계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책에선 이 틀을 활용해 캐나다의 다양한 비영리조직을 대상으로 조직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보고한 사회적 회계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선 이미 2007년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앞장서 ‘사회적 회계’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책에선 이를 ‘사회적 감사’ 또는 ‘윤리적 감사’로 불리는 사회적 회계라는 뜻으로 ‘질적 사회적 회계’로 분류하고 있다. 질적 사회적 회계는 질적 정보와 통계수치를 이용해 해당 조직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를 서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회계보고서 자체를 이용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 회계체계 안에서도 추가 정보를 보고하거나 공시하는 방식이 흔하다는 점에서 ‘질적 사회적 회계 보고서’가 재무보고서에 첨부되는 주석과 같은 부차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그간 사회적 경제 조직은 투자자 이익과 상법 상 회사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회계지침을 그대로 사용하며,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를 활용해 공시해왔다. 기존의 회계지침 상의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땜질식 처방을 해온 셈이다. 역자는 “회계기준과 재무제표 양식의 근본 변화 없는 부수적인 공시만으론 사회적 경제 조직이 절감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나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모두 정당하게 평가받기 어렵다”며, “이번 책이 국내 회계분야에서 사회적 회계 연구와 제도 마련의 촉매제가 되어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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