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3일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이 공공주택 설계 공모전에 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은 2021년에도 있었다. 이에 엘에이치는 공모전 심사위원단에서 내부위원을 배제하고 위원 전원을 대학교수 등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혁신안 시행 뒤 외부위원에 대한 수천만원 상당의 로비가 이어지며 부실설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령은 공공기관이 설계비 추정 가격 1억원 이상인 건축물을 조성하기 위한 설계를 발주할 때 공모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다. 엘에이치가 공동주택 단지를 새로 만들 때마다 설계 공모전을 열어 당선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는 까닭이다.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공공주택 단지 설계업체들과 수의계약을 맺었던 이유도 관련 법령에 따른 것이란 게 엘에이치 설명이다.
문제는 공모전에 있다. 2018년까지 엘에이치 설계 공모전 심사위원단 7명 중 4명은 엘에이치 내부 직원이었다. 그러다 2021년까지는 2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내부위원에 대한 전관 업체의 사전 접촉이 횡행했다. 엘에이치가 ‘전관 특혜 의혹 원천 차단’을 내세우며 2021년 혁신안을 발표하고 4월8일 설계분부터 심사위원단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선정해 운영하게 된 배경이다. 같은 해 8월부터는 심사위원 정원을 7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건축업계는 이런 변화 뒤 노골적인 전관 영업은 다소 줄었지만, 다른 쪽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위원에 대한 로비가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건축사사무소장은 “최근 눈에 띄게 혼탁해지는 분위기”라며 “로비를 너무 대놓고 하고 로비 금액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로비액 규모가 한때 설계 용역비의 1%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3%까지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용역비가 30억원이라면, 9천만원이 로비 자금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로비 복마전이 된 공모전을 혁신하지 못하면 철근 누락 같은 설계 오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미선 이화여대 교수(건축학)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들이 로비로 벌어들이는 돈만큼 설계업체가 실제 설계에 써야 할 돈이 준다”며 “건축사가 외주 업체(구조기술사사무소)에 싼값에 구조계산을 맡기게 되는 것도 이런 로비전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최하얀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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