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내리막을 걷던 우리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제조업생산 감소세가 둔화하는 등 경기 부진 완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늘고, 반도체 수출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펴낸 ‘케이디아이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평가한 바 있다. 한 달 전에 견줘 경기 진단이 한층 밝아진 셈이다.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런 판단을 내렸다. 올 4월 1년 전과 비교해 21.6%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은 6월에는 15.9%로 감소폭이 줄었다. 4월에 33.5% 줄었던 반도체 출하도 6월엔 15.6%로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지난 4월 1.3% 줄었지만 5월엔 8.1% 늘었고, 6월에 다시 21.6%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28% 줄었다. 6월 디(D)램·낸드 고정가격이 1.36달러(DDR4 8GB), 3.82달러로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59.4%, 18.2%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수출실적이 역대 6월 가운데 최고치(123억5천만달러)를 기록한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굉장히 빠르게 가격이 하락했지만 올해는 하락폭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지표들도 대체로 개선됐다. 제조업 가동률은 5월 72.8%에서 6월 71.9%로 소폭 감소했지만,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122.7%에서 111.4%로 크게 하락했다.
6월 소비(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4%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3.5% 늘어 5월(1.9%)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를 기록해 6월(100.7)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6월 설비투자는 0.6% 감소해 전월(-4.5%)보다 감소폭이 둔화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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