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 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5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65.6%로 나타났다. ‘다소 악화’가 49.2%, ‘매우 악화’가 16.4%였다.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졌는데, 조사가 거듭되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수출기업이 크게 늘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지난해 12월 45.6%에서 3월에는 59.8%, 지난달에는 65.6%로 8개월 새 20%포인트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조사 때는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 ‘금리 인상’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매출 부진’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금리 장기화가 구매력 위축 등 기업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 기업의 54.0%는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답했고, 49.8%는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초과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매출 50억원 미만 소규모 기업의 경우, 66.3%가 외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고금리 장기화로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며 “고금리 완화가 여의치 않다면 현재 30억원 수준인 보증기관의 보증한도를 더 올리고 중복 보증을 허용하는 등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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