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귀 금속인 갈륨의 수출을 통제한 배경에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일 ‘중국의 수출통제를 통해 본 첨단산업의 공급망 전력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수출통제는 미국의 기술통제에 대응한 보복성 조치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이 차세대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 1일부터 희귀 금속인 ‘갈륨·게르마늄과 그 화합물’을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의 90%, 게르마늄의 60%가량을 생산한다.
보고서는 중국의 갈륨 수출통제는 질화갈륨(GaN)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육성하려는 전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처럼 실리콘 기반이 아니라 희귀 금속에서 추출한 화합물을 기반으로 웨이퍼를 제작한다. 실리콘 웨이퍼처럼 첨단 기술과 장비가 필요없어 ‘제3세대 반도체’로 불린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미-중 기술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선정해 집중 육성해왔다. 현재 질화갈륨 기반 전력반도체 관련 중국의 특허 수는 일본(33%)에 이어 두번째(28%)로 많다.
보고서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미국·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전기자동차에 사용돼 중국 내수시장에 많은 수요가 존재한다”며 “중국이 핵심 원자재와 생산능력, 거대한 내수시장 등을 레버리지 삼아 차세대 전력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전략 자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갈륨은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는 쓰이지 않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으로 주로 소비한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돼왔는데, 국내 기업들이 엘시디 사업을 점차 줄여가면서 수요가 많이 줄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과 경합 관계인데, 핵심 원자재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중국의 광물 통제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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