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외국인노동자 체육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내 산업 현장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와 업종을 확대해달라는 경제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5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 활동에 필요한 ‘비전문외국인력’(E-9 비자) 고용 인원이 충분한지 물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7.2%)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이유로는 가장 많은 41.5%가 내국인 이직으로 인한 빈 일자리 발생을 꼽았다. 이어 고용 허용 인원 한도 초과(20.2%),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17.8%), 직무에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어려움(16.4%) 순이었다. 기업이 바라는 제도 개선 사항은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기간 완화(53.0%),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 확대(43.2%),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36.6%) 등 순이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외국 인력은 평균 6.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들이 고용중인 평균 외국인 근로자 수는 9.8명으로, 내국인 근로자(76.8명) 대비 12.7% 규모다. 1년차 내국인 근로자의 생산성과 인건비를 100으로 보고 동일 연차 외국인 근로자와 비교하면, 생산성은 평균 86.7%, 인건비는 평균 91.5%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중소 수출기업 484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56.8%가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특히 비수도권 소재 기업은 그 비율이 60.1%로 더 높았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62개사는 평균 7.4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는 “실제 기업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업당 외국인 근로자를 현재의 1.6배로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전문 외국인력 허용 인원을 크게 줄였다가 올해는 11만명으로 늘렸다. 외국 인력 도입규모는 국무총리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매해 결정하며, 이 때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 고용 허용 업종, 인력 송출 국가 등 외국인 근로자 관련 기본계획도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지난 7월5일 수도권 등으로의 외국인 근로자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그동안 업종내에서 전국 이동이 가능했던 사업장 변경 제도를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개편해 오는 9월 입국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실태 조사를 토대로 외국인 근로자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건의서에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관련해 △도입 규모·인원 확대 △체류기간 연장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고용허용 업종 추가(택배분류업무·플랜트공사) △숙련기능인력(E-7 비자) 도입 허용 등을 담았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이제는 단순히 내국인 인력을 대체하는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수준의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이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정책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 참석해 숙련기능인력 비자(E-7 비자)를 3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는 오랜 기간 정주가 가능하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영주권의 전 단계다. 한 장관은 “현재 비전문취업비자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10년간 열심히 일하고 대한민국에 기여한 검증된 근로자에게는 숙련기능인력 비자로의 승급 우선권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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