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 “경기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기획재정부)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의 경기 진단이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놓여있다.
기재부는 14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수출 부진 일부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 심리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 위험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선 6월호 속 평가와는 크게 3가지가 달라졌다.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 ‘수출 부진 일부 완화’라는 문구가 새로 담겼다. 또 6월호엔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썼지만, 7월호에선 ‘다소’가 빠졌다.
6월보다는 7월 그린북의 진단이 밝아졌으나 지난 9일 나온 한국개발연구원의 경기 진단보다는 어둡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경기 신중론을 편 데 대해 정부는 ‘중국 변수’를 들어 설명한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굉장히 제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경기 저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 발표 뒤인 지난 13일 공개된 ‘중국의 6월 수출입 통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를 보면, 중국의 6월 수출 감소폭(동기비)은 12.4%로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2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 재고 부담과 미·중 갈등이 중국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과장은 “당분간 경기 지표와 중국, 미국 상황 등을 보며 경기 진단의 톤을 조정하거나 또는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우리 수출액이 오는 10월쯤에야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수출이 마이너스에 진입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거시 경제의 또다른 축인 ‘물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정부는 내비쳤다. 이승한 과장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면 상승세 둔화가 뚜렷하다”며 “8∼9월에 기상 요인과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 결정 등으로 둔화 흐름이 주춤할 수 있지만 기조를 흔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8월 이후 물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그간 한국은행의 반복된 전망보다는 정부가 물가 안정세에 좀더 확신을 두고 있다고 풀이되는 발언이다. 실제 정부는 최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한은의 전망값(3.5%)보다 0.2%포인트 낮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충분히 내려갈지 확신이 없다”며 “기저효과 등을 생각할 때 (연간 기준) 물가 상승률이 3.5%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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