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 붙어 있다. 현재 약 300만명의 가계대출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가계대출이 있는 차주(채무자) 중 연 소득의 70% 이상을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쓰는 이들이 전체 차주의 15%를 넘는 30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5만명은 1년 동안 버는 소득보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더 많았다.
2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기관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차주 수는 1977만명이며 대출 잔액은 1845조3천억원이다.
지난해 연말과 견줘 3개월 동안 차주 수는 4만명, 대출 잔액은 15조5천억원 각각 줄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도 9392만원에서 9334만원으로 0.6%(58만원) 줄어, 미약하지만 전체적으로 가계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차주들의 상황은 여전히 위험한 상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전체 차주를 분류하면, 비율이 70%를 넘는 차주 수가 전체의 15.1%인 299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비율이 100%를 넘는 차주 수(175만명)와 비중(8.9%)은 ‘70% 이상 100% 미만’(124만명, 6.3%)보다 많거나 컸다.
디에스알은 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70%를 넘으면 은행에서 연체 가능성이 큰 위험 대출로 분류한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디에스알은 40.3%로 추산됐다. 지난해 연말(40.6%)보다는 소폭 떨어졌다.
취약차주 비중도 축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을 ‘취약차주’로 보는데,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였다. 지난해 4분기 말 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이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5.1%로 지난해 말(5.0%)보다 소폭 늘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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