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올해 1분기(1∼3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고소득 가구가 매달 쓰는 학원비(과외비 포함·이하 동일)가 평균 110만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 주거비를 더한 비용과 맞먹는 금액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남 주요 대형학원의 부당광고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정부도 사교육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2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학원 및 보습 교육비 지출액은 42만9천원으로 1년 전(37만원)보다 15.9% 늘었다. 학교 등 정규 교육기관에서 쓴 비용을 제외한 순수 사교육비 지출이다. 이 금액은 1분기 기준 2020년 26만2천원에서 2021년 30만8천원, 지난해 37만원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만 보면 지출액이 더 크다. 지난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 중 만 13∼18살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액은 100만2천원이다. 전체 가구 평균 지출액의 2배가 넘는다.
자녀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 가구를 제외할 경우 학원에 다니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학원비 지출액은 114만3천원에 이른다. 이 가구들의 월평균 식비(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액)와 주거비(주거·수도·광열비 지출액)를 합한 금액(117만5천원)에 육박한다.
다른 소득계층도 학원비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다. 사교육을 받는 중·고생 자녀가 있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액은 63만6천원이다. 식비(51만8천원), 주거비(45만5천원)보다 씀씀이가 크다. 조건이 같은 소득 하위 20% 가구도 매달 쓰는 학원비가 48만2천원으로 식비(48만1천원)와 주거비(35만6천원)보다 많았다.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는 일부 유명 학원들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수능 ‘킬러 문항’ 모의고사로 인기를 끈 서울 강남의 ㅅ학원 법인 매출액(별도 재무제표)은 2018년 637억원에서 지난해 2621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는 약 26조원(1명당 월평균 41만원)으로 2007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정위는 학원들의 허위·과장 광고 점검에 착수했다. 학원이 내세우는 ‘의대 합격률’ 등 광고행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민간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학원 사업자들의 수강료 신고 누락 등 탈세 행위를 대상으로 상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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