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시장에서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려는 이들의 비중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화 심화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나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대에선 생계형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도 포착됐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2022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연평균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15~64살)의 연평균 증가율(1.4%)보다 1.8배 더 높다. 한마디로 임금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이 그만큼 불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란,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의사가 있으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수 없이 시간제 근로를 택한 이들을 가리킨다. 한경연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 확대는 주로 고령층이 주도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내 고령층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데다, 고령층 임금 근로자들은 희망·정년 퇴직 등으로 안정적 일자리에서 물러나 제2의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 확대는 ‘고령화’로 상당부분 설명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0년 간 50대 이상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28만7천명에서 47만명으로 무려 63.8%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의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각각 27.8%, 7.2% 늘어나는 데 그쳤다. 40대는 외려 14.3% 감소했다.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에 진입하는 배경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를 구한 이유를 크게 ‘당장 생활비 등 수입이 필요해서’(생계형)와 ‘원하는 분야 일자리가 없어서’, ‘육아·가사 등 병행’,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등으로 구분해서 조사한다.
이 중 ‘생계형’은 청년층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청년층(20대)의 생계형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2012년 7만1천명에서 지난해 13만4천명으로 연평균 6.6%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령층(50대 이상)은 23만4천명에서 36만1천명으로 연평균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대와 40대는 연평균 1.7%, 4.4%씩 각각 감소했다. 한경연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기간이 장기화하며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전체 시간제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43.1%였다. 오이시디 38개국 가운데 비교가 가능한 통계가 있는 30개국 평균(29.1%)의 약 1.5배 수준이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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