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오 기자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재정전략회의를 연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전문가 등이 참석해 국민에게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연례 회의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중장기적인 국정 전략에 따라 분야별 예산 총액을 정하는 등 이듬해와 향후 5년 재정 운용 전략을 짜는 구실을 했다.
지난해 7월 현 정부의 첫 재정전략회의에서는 건전 재정 기조로의 전환, 재정준칙 법제화 계획 등을 발표했다. 올해는 내년 예산안 편성 방향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5년 단위(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뿐 아니라 오는 2050년까지 재정 운용의 청사진을 담은 ‘재정비전 2050’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논의가 주먹구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과 향후 5년 중기 재원 배분의 기초가 될 세입의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올해 4월까지 세수가 지난해보다 약 34조원 덜 걷히며 올해 최악의 ‘세수 펑크’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8월쯤에나 현재의 세수 부족 상황을 반영한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법인세 등 세수 부진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재정전략회의는 이런 재추계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로 진행될 판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장기 재정 건전성 목표치도 빛바랠 여지가 적지 않다.
재정당국은 세입 불확실성이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재정전략회의는 단기적인 세입, 지출이나 재정 수지보다 큰 의제를 다루는 회의체라는 얘기다. 회의에서 논의할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중기 재정운용계획도 임시로 만든 가안일 뿐 확정치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올해 9월까지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당국이 지난해 8월 마련한 2022∼2026년 재정운용계획은 올해 국세 수입 ‘증가율 둔화’를 전제로 작성됐다. 세수가 수십조원씩 줄어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당장 올해만 해도 30조원 넘는 세수 오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원 배분의 출발점이 되는 세수 여건을 가벼이 여기는 정부 입장은 재정전략회의가 ‘전략적 재정 배분’이라는 재정의 제구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긴축 재정 또는 재정 건전성이라는 세수 상황과 따로 노는 현 정부 정책 방향을 단순히 홍보하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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