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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에 열을 올린 점을 염두에 두면, 한은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도 나온다. 한은은 금을 싫어하는 걸까?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이 6일 내놓은 ‘한국은행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 자료를 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부터 10년째 그대로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에 20톤을 매입한 뒤 104.4톤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장부가 기준·시가로는 1.4%)다.
지난해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공격적인 금 매입에 나섰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약 700억달러 상당의 금 1136톤을 사들였다. 이는 195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물론이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달러 체제에서 탈피하려는 의도가 더해지면서, 튀르키예·중국 등이 금 매입 상위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 현황. 한국은행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은의 금 보유량은 왜 10년째 그대로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한은은 “일각의 주장처럼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 확대가 긴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금 가격이 미국 정부채 투자 성과와 동조화되고 있어 국채를 팔고 금을 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자산과 비교해 유동성이 낮고 이미 금 가격이 많은 오른 상황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은 유동성이 여타 통화들보다 낮은 데다 시장전망이 바뀌어 매도할 경우 금은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에 따라 달러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의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 상승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에 보관 중인 보유 금에 대한 실사를 최근 진행했다. 한은은 “이번 실사로 보유 금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고 영국은행 관리시스템 효율성을 확인했다”며 “사소하지만 관리상 오기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보 확인을 위해 수년 주기로 실사할 필요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