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스페인 몬드라곤대학이 ‘지금, 여기, 함께 짓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혁신가들의 토크쇼를 열었다.
“사회 혁신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교육입니다. 교육과 비즈니스, 협동조합이 합쳐지면 사회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바스크 지역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사회 혁신가 글로컬 토크쇼 ‘지금, 여기, 함께 짓는 미래'에서 몬드라곤대학 비센테 아차 총장은 사회혁신의 키워드로 교육을 강조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956년 스페인 바스크에 설립된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이다. 금융, 제조, 유통, 지식 산업 분야에 속한 95개 협동조합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몬드라곤대학이다. 1997년 설립된 대학은 2009년 청년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학사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개인-팀-기업의 관점에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4년제 학사학위 프로그램인 레인(LEINN, Leadership Entrepreneurship INNovation)이다. 아이토르 리자르차 몬드라곤대학 팀기업가정신 전공 학과장은 발제에서 “기업과 사회는 교육의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했다. 몬드라곤대학은 기존 대학에서 배우지 못했던 기업가정신, 팀 협업, 글로벌 마인드를 실전을 통해 배우는(Learning by doing) 학사학위 과정을 개설했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레인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은 4년간 법인을 설립해서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실제 고객을 만나고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매출 성과를 내야 한다. ‘교실을 벗어난 교육’을 거친 700여명의 졸업생들의 취업 및 창업률은 96%에 이른다. 레인 졸업생들은 70여곳이 넘는 스타트업을 설립했으며 일부는 연간 100만유로(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장했다. 아이토르 리자르차 학과장은 “레인 과정의 핵심은 청년들 스스로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궁금해하고, 사회문제를 풀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에 있다”며 “그 과정을 거쳐 환경을 생각한 전기 오토바이나 공정무역을 통한 의류를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2020년 국내에도 레인 학사학위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은 몬드라곤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유럽연합 공식 인정 국제 학사학위 과정인 ‘레인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레인서울 학위과정으로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은 2022년 협동조합어워드 교육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의 송인창 대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세상과 연결된 교육을 고민한 몬드라곤대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캠퍼스를 벗어나 현실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배우는 교육이야말로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혁신을 목적으로 연결된 공동의 학교가 필요하다”면서 “참여기관간, 세대간, 로컬과 글로벌 등의 연결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스페인 몬드라곤대학이 ‘지금, 여기, 함께 짓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연 행사에 7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씨닷 한선경 대표의 사회로 이혜영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대표, 올해 레인 과정 졸업을 앞둔 이승빈 ㈜로컬로 대표, 김강현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 최고제품책임자(CPO), 레인 1기 졸업생으로 티지비지(TZBZ) 협동조합 조합원인 알랭 마디나 에스테베즈가 참여했다.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아쇼카재단의 한국 지부를 운영하는 이혜영 대표는 “세대간 단절이 아닌 연결을 통해 사회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각 세대의 강점과 자산을 활용할 때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빈 대표는 “레인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역과 문화의 다름을 넘어선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마인드의 핵심이라고 느꼈다”며 “한 세대, 한 영역만의 변화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