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4주년을 맞은 4일 중국 수도 베이징 톈안먼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중 간 수출 경쟁도(중복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한국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거나 따라잡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일 발표한 ‘대중국 수출 부진과 수출 시장 다변화 추이’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올 1분기 현재 19.5%다. 지난 2018년 대중 수출 의존도가 26.8%, 지난해 22.8%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자립도 향상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의존도는 낮아지고 수입 증가세는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중간재 부문에서 한-중 두 나라의 산업내 무역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주요 대중 수출 품목인 ‘고위 기술 중간재’에서 눈에 띄게 중국의 ‘수출 자립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수출 자립도는 1의 값에서 품목별 수입액을 수출액으로 나눈 값을 뺀 것인데, 1에 가까울수록 자립도가 높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수출 자립도는 2015년 -0.137에서 2022년에는 0.899로, 이차 전지는 같은 기간 0.595에서 0.931, 자동차 부품은 0.421에서 0.619로 각각 높아졌다. 철강(0.757→0.725), 기계(0.814→0.844) 등 전통 산업 중간재의 자립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중국의 수출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두 나라간 중간재의 수출 경쟁도(중복도)도 함께 높아졌다. 보고서를 보면, 한-중간 ‘산업내 무역지수’는 올 1분기 0.975로 2015년(0.714) 대비 0.261 높아졌다. 이 지수는 ‘개별산업의 수입액과 중복되는 동일산업의 수출액’인데, 교역국간 수출·수입 품목의 중복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이 지수가 1이면 수출·수입이 완전히 중복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한국이 고위 기술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다시 이를 가공해 완성품을 세계 시장에 파는 상호 보완적인 무역 구조가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중국 수출 부진의 빈자리는 인도·베트남·미국·호주 등이 대체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4.4%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수출은 9.6% 증가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빠르게 줄면서 중국외 수출 시장이 확대된 업종은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이다. 2016년~2022년 고위 기술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은 연평균 4.1%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인도와 베트남 수출은 각각 12.0%, 10.1%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중국 수출 의존도가 하락세인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늘었다. 지난해 미국 수입시장 내 한국 점유율은 3.55%로 1990년(3.73%)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조의윤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감소한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외 시장으로 수출선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보다 수출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베트남·인도 등으로 고위 기술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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