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경기가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제조용 수요, 미국에서는 대형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빅테크 기업)의 서버용 투자 수요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을 최종 용도별로 구분하면 스마트폰용과 서버용 수요의 비중이 각각 44%, 20.6%라고 추정했다. 또 전체 반도체 수출의 대상 지역별 비중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출 경기는 미국시장 영향을 더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서버용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수요 독점적 지위에 있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지출을 줄여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 단가 하락과 물량 축소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 등과 함께 고성능 서버용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제조용 반도체 수출 회복은, 중국의 스마트폰 소비와 생산 회복 속도가 관건이다. 보고서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기간 중 생산 및 수요 둔화에 주로 기인하며, 중국 내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여전히 한국산 반도체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시차를 두고 수요가 회복하면서 점차 반도체 수출 경기 부진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관련해 한은은 “반도체 수출 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 등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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