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행보를 한차례 더 이어갔다. 지난 2월부터 세차례 연속 동결이다. 그만큼 물가·경기 등 경제 불확실성이 높다고 한은이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한발 나아가 예상보다 느린 경기 회복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둬왔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물가 불안에 여전히 더 주목하는 시각도 한은은 명확히 드러냈다. 앞으로도 금리 인하 가능성보다는 동결, 나아가 추가 인상 여지가 더 크다는 얘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동결 결정에 이견을 낸 금통위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의 필요성보다 물가 불안이 더 위험해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리를 내릴 가능성보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는 뜻이다. 우선 통방문에선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지만 금리 인하는 선택지에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이날 함께 공개한 ‘수정 경제전망’에 뚜렷한 그 근거가 담겨 있다. 한은은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전망(3.5%)을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전망(3.0%)에서 0.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근원물가는 경제 내의 수요 압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한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경제 지표 중 하나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폭은 내려가더라도 수요 압력은 외려 더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근원물가는 상방리스크(예상 경로보다 더 상승폭이 커질 위험)가 더 커 보인다”며 그 근거로 △애초 예상보다 양호한 서비스 수요와 고용 흐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2차 파급영향을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텐데 겁만 준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 뒤 “금통위원 여섯분 모두가 최종금리를 연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선 금통위원 5명이 최종금리 수준을 연 3.75%로 내다본 점에 비춰보면, 한달이 지난 현재에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금통위 내에서 더 짙어졌다는 뜻이다.
나아가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도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이런 판단에 대해 ‘매파적 동결’이란 시각을 내비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 회의 뒤 낸 보고서에서 “최종금리를 3.7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열어두는 금통위원이 더 확대되는 점 등을 비춰볼 때 한은 금통위원들이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금리) 인상은 가능성을 남겨두나, 인하는 강하게 부인했다”고 평가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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