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사회적기업 마중물대리 장경훈 대표
사회적기업 마중물대리 장경훈 대표. 김소민 자유기고가
11년 동안 운영비 빼고 3억 기부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사업 3천만원 등
“펌프에 처음 붓는 물 한 바가지죠”
재작년 ‘지역사회공헌기업’ 선정 “앞으론 통일 문제에 관심 가질 터” 2011년 4월 경기 화성 병점중심상가에서 40대 초반 남자를 태웠다. 그 남자 집, 오산까지 15분 거리였다. 그가 구상하는 사업을 이야기하자 그 남자가 말했다. “대박인데요. 돈 있으면 할 거예요? 제가 빌려드릴게요.” 마중물대리의 마중물 5천만원을 빌려준 그 남자는 “실패해도 괜찮으니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하라”고 했다. 연 매출 10억여 원 규모 마중물대리에서 장 대표의 월급은 500만원이다. 이 회사에서 가장 적은 월급은 하루 4시간30분 근무 월 280만원이다. “일한 시간으로 따지면 제 월급이 적어요.” 첫 5년 동안 그도 대리기사로 뛰었다. 부인 이연규 이사는 24시간 콜센터를 맡아 전화를 받았다. 부인이 잘 땐 그가 가수면 상태에서 전화를 지켰다. “이 사업의 핵심은 대리기사와 고객이에요. 나머지 플랫폼이며 사무실은 편의성을 높이는 수단인데 그 수단이 사업을 지배해요. 본말이 전도된 거죠.” 마중물대리 화성 동탄남광장 천막에선 홍보 전단 대신 대리기사들에게 감자, 고구마, 떡을 줬다. “기사들이 쉴 곳이 없거든요.” 그는 ‘마중물’을 오래 꿈꿨다. 도법 스님과 함께 ‘생명평화’ 탁발순례에 참여해 서울, 경기 시민단체를 둘러봤다. 2008년엔 대운하 저지를 위해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를 함께 했다. “사회를 바꾸려면 누군가 온몸을 던져 일해야 하지 않나요. 그래야 감동이 있죠. 시민 사회단체들이 좋은 일 하는데 다들 돈이 없었어요.” “굉장히 피곤했는데 이상하게 가고 싶더라고요.” 지난해 12월 22일 희망제작소에서 ‘소셜디자이너클럽 컨퍼런스: 다시 만난 세계, 소셜생태계와 청년’이 열렸다. 커피찌꺼기를 자원으로 되살려 지구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지역 농산물 새벽배송에 도전하는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 대전 시민과 별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의적 문제해결사 김영진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이사장, 광주에 청년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일과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등이 ‘소셜디자이너’란 이름으로 모여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눴다. 인구감소, 지방소멸, 불평등, 기후위기 같은 사회문제를 상상력과 열정으로 해결해보려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서 전 희망을 봤어요. 젊은 사람들이 ‘나는 이런 삶을 원하고 그걸 위해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시궁창 같은 사회에서 산뜻한 샘물을 본 느낌이었어요. 이 청년들이 제대로 성공하는 모습 보여주면 사회가 따라오겠구나 싶었어요.” 그는 희망제작소에 사회혁신사업 후원금으로 3천만 원을 기부했다. 그의 다음 꿈은 통일이다. 왜냐고 물었다. “하고 싶으니까! 왜? 왜가 필요해요? 꼴랑 대리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소민 자유기고가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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