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1∼3월) 중 가계빚이 14조원 가까이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가계빚은 카드대란·금융위기 때 등 위기 국면을 빼면 줄어든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3조7천억원(-0.7%) 감소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에다 가계의 결제 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까지 더해 산출한 포괄적 가계부채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4분기 중 3조6천억원 줄어든 터라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1분기 감소액은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폭이다. 가계신용이 전기보다 줄어든 것은 카드대란(2003년 1·3분기)과 금융위기(2009년 1분기), 글로벌 긴축발작(2013년 1분기) 때를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1분기 잔액(1862조9천억원)보다도 9조원 줄었는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계신용이 감소한 것도 통계 편제 이래 처음이다.
가계신용 감소는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이끌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739조5천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0조3천억원 줄었으며,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5조6천억원 감소했다. 기타대출 잔액은 6분기 연속 감소세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량 회복과 정책금융 확대에 힘입어 5조원 남짓 불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높은 금리에다 지난해 연말 소비 증가 효과가 사라지고 무이자 할부 혜택까지 축소되면서 전반적으로 가계신용이 줄었다”며 “4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1분기 월평균 이용액보다는 증가했고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4월에는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앞으로 가계빚 축소폭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