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사진 찍거나 살펴보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최근 1년새 국내 대기업의 정규직 고용은 정체된 반면 기간제(비정규직) 고용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원들의 일자리에 비해 임원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3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직원 수는 133만5019명으로 1년 전(130만1827명)보다 2.5% 증가했다.
고용 형태로 보면, 정규직은 122만7147명에서 123만11명으로 0.2% 증가했다. 반면 기간제는 7만4680명에서 10만5008명으로 40.6% 늘었다. 기간제는 일용직·임시직·촉탁직 등 일정한 근로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따라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1년 새 증가한 직원 3만2659명 가운데 91.2%인 2만9793명이 기간제 고용이었고,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증가는 2866명에 그친 것이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임원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만1916명으로 작년 1분기(1만842명)보다 9.9% 증가했다. 임원 증가율이 직원 증가율의 4배 수준이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업이었다. 분석 대상 10개 은행의 직원 수는 8만9055명에서 8만2328명으로 7.5% 감소했다. 정규직이 9.8% 줄었는데, 같은 기간 기간제는 31.4% 늘었다. 반면, 임원수는 181명에서 207명으로 12.6%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최근 1년 동안 대기업 고용은 소폭 늘었지만 정규직은 줄이고 기간제를 늘린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간제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공기업이었다. 공기업의 기간제 직원 수는 지난해 1분기 말 621명에서 올해 1분기 말 5581명으로 79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기업의 정규직은 6만1597명에서 6만2497명으로 1.5% 증가에 그쳤다. 생활용품(224.9%)과 석유화학(197.5%), 유통(118.2%), 철강(114.2%), 제약(100.4%) 등의 업종에서도 1년 새 기간제 직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정규직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조선·기계·설비 업종이었다. 이 업종의 정규직 수는 7만6447명에서 6만7579명으로 11.6% 감소했다. 이어 상사(-10.0%), 은행(-9.8%), 건설 및 건자재(-9.3%), 철강(-4.7%) 등의 업종에서 정규직이 많이 줄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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